[커버스토리] 외국기업 안방차지 우리업체는 '들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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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 기업은 '들러리' 인가…. 외환위기 이후 대거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넓혀가면서 이들이 '안방' 까지 차지하는 업종이 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자기들끼리 치고 받으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외국기업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지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외국 업체간 신규 격전지로 떠오른 분야는 데이터베이스 (DB) 시장. 매년 2배 가까이 커지는 이 시장 (지난해 1천2백억원) 을 놓고 국내 1위인 미 오라클사와 새로 한국에 진출한 미 사이베이스사가 공정거래위 제소까지 할 정도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한국 시장의 선두 주자는 오라클사로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후발사인 사이베이스가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과정에서 지난해 말에는 서울대병원 입찰문제를 놓고 서로 감정이 격해지면서 사이베이스가 '허위사실을 배포했다' 면서 오라클을 공정위에 제소하기에 이른 것.

두 회사는 DB업계에서 세계적으로도 1, 2위를 다투고 있어 이들의 한국시장 쟁탈전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3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시장을 완전 장악한 코닥과 후지.코니카 필름은 입학과 봄나들이 시즌을 맞아 대대적인 가격인하 및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코닥은 최근 전제품 5% 가격인하를 단행한데 이어 표준 사이즈로 필름을 인화하는 고객에겐 36장의 사진을 담을 수 있는 미니 사진첩을 제공하는 판촉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후지도 일반필름은 물론 영화.슬라이드 필름까지 가격인하를 단행하는 '맞불작전' 으로 맞서고 있다.

유한킴벌리와 쌍용P&G는 위생용지 시장을 놓고 국내 업체와 제휴를 통한 판촉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쌍용P&G는 지난달부터 10대들이 많이 찾는 매장인 아트박스와 제휴해 '위스퍼' 생리대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지난해 위생용지 시장의 46% 가량을 점유했던 유한킴벌리는 이달부터 어린이용품 전문매장인 아가방과 손을 잡았다.

종이기저귀 및 물티슈 브랜드인 '하기스' 판촉을 위해 제품 포장지에 붙은 마크를 모아가면 점수만큼 아가방제품 값을 깎아주는 '하기스 마일리지 행사' 를 벌이고 있다.

전체의 4분의 3정도를 외국기업이 차지한 신문용지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지난해 국내 시장의 과반수를 점유한 팝코는 이달 하순 대대적인 출범행사를 갖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라 역시 외국계 업체인 보워터한라 등이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팝코는 캐나다 에이비티비와 노르웨이의 노스케 스코그, 한솔제지가 각각 공동출자한 기업으로 전주와 청원 등 4개 공장에 연산 1백50만t 규모의 아시아 최대 신문용지 제조업체.

국내 배터리시장은 미국 질레트와 자회사인 듀라셀코리아, 그리고 에너자이저간 경쟁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질레트와 듀라셀은 로케트와 서통 등 국내 기업을 인수, 공격적인 전략으로 국내 알칼라인 건전지시장의 60% 정도를 점유하는 등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이에 에너자이저도 자체 캐릭터인 '에너자이저맨' 등을 동원, 대대적인 광고 공세로 맞받아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크리스찬 디오르가 고급 토털패션 시장에까지 신규 진출함에 따라 고소득층을 겨냥한 외국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김동섭.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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