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도 못 꺾은 '한판 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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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민호(24.창원경륜공단)의 얼굴은 창백했다. 핏기 없는 얼굴에 다리를 절뚝거렸다.

14일(한국시간) 아테네 아노리오시아홀에서 벌어진 남자 유도 60㎏ 경기. 최민호는 8강전에서 진 뒤 패자부활전에서 기사회생, 동메달을 따면서 한국에 이번 대회 첫 메달을 안겼다. 그는 1회전(32강)에서 루트비히 파이쉐르(오스트리아)를 한판승으로 꺾고, 2회전에서 벤자민 다르벨넷(프랑스)에게 우세승을 거뒀지만 8강전에서 몽골의 카스바타르 차간바에게 힘 한번 제대로 못 쓰고 누르기 한판으로 졌다. 무리한 감량 끝에 다리에 쥐가 난 게 화근이었다.

▶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메달리스트가 된 유도 최민호(左)가 시상식에서 이건희 IOC 위원에게 월계관을 받고 있다. 아테네=사진공동취재단

사우나에 드나들며 간신히 계체량을 통과했지만 초반에 유럽 강호들과 만나 힘을 빼 8강전에선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할 탈진상태였다.

최민호는 2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며 바늘로 손과 허벅지를 50여차례 찔러 검은 피를 뽑아내고, 수분을 섭취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했다. 그리고 패자전에서 3연속 한판승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15일 경기에서 여자 52㎏급 이은희(성동구청)는 2회전에서 아마릴리스 사본(쿠바)에게, 남자 66㎏급 방귀만(용인대)은 1회전에서 헨드리크 구이마라에스(브라질)에게 한판으로 져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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