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시흥지구당대회] 여야사이 '꽃샘한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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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1일 당원 5백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경기도시흥시 종합복지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시흥지구당 임시대회는 당초 보궐선거 후보로 나설 장경우 (張慶宇) 전 의원의 위원장 선출을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행사장 분위기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규탄' 과 '고 (故) 제정구 (諸廷坵) 의원 추모대회' 쪽에 가까웠다.

먼저 金대통령과 현 정권에 대해선 여과되지 않은 독설 (毒舌) 들이 쏟아졌다.

이부영 (李富榮) 총무가 선봉에 섰다.

그는 전례없이 강한 어조로 "밑의 사람 줄세우고, 공천헌금 받아 치부하고, 어마어마한 가족무덤과 아방궁 같은 집을 짓고, 그러면서도 자기는 깨끗하다며 사기치는 정치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 고 金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기택 (李基澤) 전 총재권한대행은 "국회와 정치를 무시하는 金대통령의 못된 버릇을 고쳐야 한다" "못된 김대중 정권" 이라며 가세했고, 이회창 (李會昌) 총재도 "국정경험 없는 정권 탓에 나라가 엉망이 돼가는 느낌" 이라고 거들었다.

과거 민주당을 함께 한 諸전의원과 張위원장의 '인연' 을 줄기차게 강조한 점은 諸전의원 지지표를 고스란히 쓸어담겠다는 한나라당의 선거전략을 엿볼 수 있게 한 대목.

"3金정치.패거리정치와 지역할거에 반발했던 諸전의원의 정치적 신념과 시흥 발전을 위한 諸전의원의 계획을 이어갈 사람은 이 사람밖에 없다" (張위원장) , "張위원장은 諸전의원과 함께 가시밭길 같은 야당의 길을 걸어온 사람" (李총재) 이라는 등 유사발언들이 터져나왔다.

張위원장이 시흥 출신 후보라는 점도 여러차례 강조됐다.

이 지역에 연고가 없는 여권 후보와의 차별화 전략이었다.

張위원장은 "우리 집은 조상 대대로 1백50년째 시흥에서 살아왔다" 고 했고, 李전부총재도 "지역을 위한 정열은 그 지역과의 인연이 있을 때만 가능하며, 낙하산 후보를 뽑는다면 시흥의 자존심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느냐" 고 맞장구쳤다.

국민회의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이에 대해 "무책임한 선동과 근거없는 왜곡 발언으로 정국을 어지럽혀온 옛 여권 인사들의 망언대열에 李총무가 끼어든 것은 개탄스러운 일" 이라고 비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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