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15일 소환투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빈민층의 대변자인가,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대중을 현혹하는 포퓰리스트 독재자인가.

'풍운아'우고 차베스(50)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정치 생명이 걸린 일생일대의 위기에 맞닥뜨렸다. 유권자 1400만명을 대상으로 15일 실시된 소환투표에서 그가 승리하면 2007년까지 임기가 계속된다. 그러나 소환 찬성표가 그가 2000년 재선 당시 얻었던 380만표를 앞설 경우 한달 안에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투표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16일 오전 9시 발표된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차베스 지지파와 반대파가 서로 부정투표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어 대규모 폭력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 소요로 인해 세계 제5위 석유수출국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면 가뜩이나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는 국제 유가가 다시 한번 급등할 수 있다. 투표 결과에 국제 사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차베스 대통령은 1982년 볼리바르혁명운동(MBR-2000)에 가입해 사회주의자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공수부대 중령으로 복무하던 92년 부패한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부하 1만명을 이끌고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실패해 2년간 옥살이를 했다. 불발 쿠데타였지만 특수부대의 상징인 빨간 베레모를 앞세운 그의 개혁 이미지는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정치가로 변신한 그는 좌파 연합을 결성, 98년 12월 56.2%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당시 44세로 역대 최연소였다. 99년에는 임기를 5년 단임에서 6년 중임으로 바꾸는 개헌을 추진, 이듬해인 2000년 재선됐다. 그러나 불과 2년 뒤 재계.언론계.종교계 등 반(反)차베스 세력에 도리어 쿠데타를 당해 쫓겨났다 48시간 만에 복귀했다.

쿠데타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2400만 국민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빈민층은 그의 급진적 개혁 정책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집권 후 정실인사.인플레.유가 하락 등이 계속되면서 중산층과 소수 상류층은 그를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스트 독재자'라고 비난해 왔다.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