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까치] PD-카메라맨 영역 허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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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 1월말 EBS가 방영한 자연다큐 '논'. 카메라맨 이의호씨가 논의 계절별 생태를 환상적 영상에 담았다. 그래서 생겨난 단어가 카메듀서. 카메라맨과 프로듀서의 합성어다.

1인2역을 야무지게 완수한 것. 이처럼 최근 방송가에 영역구분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특히 서로 높은 벽을 쌓고 지냈던 PD와 카메라맨의 '교집합' 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①카메라맨이 PD로 = EBS는 카메듀서를 활성화한다는 구상. 이의호씨 외에도 현재 카메라맨 2명이 연출교육을 받고 있다. KBS도 2주 전부터 영상제작국 소속 카메라맨 9명을 프로별로 전담배치. '생방송 좋은 아침입니다' 등에선 이미 카메라맨이 만든 작품을 방영하고 있다. PD와 카메라맨의 대화폭을 늘려 작품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발상.

②PD가 카메라맨으로 = PD가 기획.연출은 물론 촬영도 도맡아 한다. 이른바 PD 1인 제작 (VJ:Video Journalist) 시스템. 케이블에서 시작해 지금은 지상파 전역으로 확산됐다. 인천방송 '리얼TV' , KBS '병원24시' 등이 대표적 사례.

③기술발전과 IMF의 산물 = 종전에는 카메라가 묵중하고 기능도 복잡해 카메라맨의 지위가 높았다. 그러나 6㎜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로 PD들도 손쉽게 카메라를 조작하게 됐다. IMF에 따른 제작비 절감효과도 무시 못할 변수. 상대적으로 돈이 쪼들리는 KBS와 EBS에서 활기를 띠는 것도 그 반증.

④MC도 PD가 맡는다 = PD가 평소 축적한 전문성을 프로 진행 (MC)에도 적극 활용. 아나운서 대신 PD가 마이크를 잡는다. EBS가 3월 개편부터 시행. '통일의 길' '일요 와이드 저널' 등 4개 프로에서 만나게 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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