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 김춘수 '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난 4일 쓰러진 뒤 열흘 넘도록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김춘수(82) 시인의 '꽃'이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로 조사됐다.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 가을호는 현역시인 246명을 대상으로 '내가 좋아하는 애송시 3편'을 설문 조사했다. 답변 집계 결과 '꽃'은 모두 23명의 시인이 추천해 1위에 올랐다.

2위는 18명의 추천을 받은 윤동주의 '서시', 3위는 15명이 꼽은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이었다. 서정주의 '자화상'과 이형기의 '낙화'는 각각 14명의 추천을 받아 공동 4위에 올랐고,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서정주의 '동천'은 각각 12명(공동 6위),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김수영의 '풀'은 각각 11명(공동 8위)의 추천을 받았다. 10위는 정지용의 '향수'(10명 추천)였다.

추천 횟수를 시인별로 집계한 결과 서정주의 시가 모두 72차례 추천받아 압도적인 1위였고, 백석이 40차례 추천받아 2위에 올랐다. 이어 김수영(36회).김소월(34회).윤동주(32회).김춘수(30회).정지용(27회).박목월(23회).김종삼.신경림(이상 16회) 순이었다. 서정주의 시편들은 '자화상', '동천'에 이어 '국화옆에서'가 6명, '무등을 보며'가 5명, '푸르른 날''화사''귀촉도'가 각각 4명씩의 추천을 받았다.

문학평론가 이남호씨는 설문 결과에 대해 "'꽃'은 감상과 지성, 감각과 사유가 절묘한 균형을 이룬 작품으로 호소력과 전달력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한편 김춘수씨가 입원.투병 중인 분당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15일 "혈압이 많이 떨어져 혈압 강화제를 투여하고 있으나 체력이 많이 약해져 약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의 가족들은 김씨가 치료받고 있는 중환자실 병상 머리 맡에 간호원들이 '꽃' 전문을 인쇄해 붙여놓았다고 전했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