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부천 - '시민사회 1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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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소설 '원미동 사람들' 로 기억되는 부천시가 한국 NGO (비정부기구) 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서울 진출을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이었던 부천시가 '시민운동의 본거지' 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총면적 53.44㎢, 인구 약 80만명의 부천시에 NGO 단체는 시청 총무과에 등록된 것만 이미 2백개를 넘어섰다.

민주주의 민족통일 부천연합 백선기 의장은 "중동 쓰레기소각장 건립 반대 운동.남은 음식물 사료화 운동 등 지역주민이 공감대를 갖는 이슈를 중심으로 연합운동을 펼칠 때 효과적인 힘을 가진다" 고 부천 NGO운동의 특징을 설명한다.

부천 시민운동의 활성화에는 이전부터 노동운동이 활발했다는 것과 중동 신도시의 개발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구로.부평.주안 공단 등 대형 공업단지를 주변에 두고 있는 부천시에는 80년대부터 인근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청년학생들이 모여들었다.

86년 위장취업 여대생으로 '부천서 성고문사건' 의 당사자인 권인숙씨도 부천지역 활동가였다.

부천시가 최근 5, 6년 새 겪은 가장 큰 변화는 중동 신도시의 개발. 수도권 신도시의 부천시민들은 정주 (定住) 의식을 갖기 시작했고, 스스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시민운동 또한 활기를 띠게 됐다.

부천시는 또 시민운동 출신의 시의회 의원을 많이 낸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원혜영 시장이 학생운동 출신 인사일 뿐 아니라 금속노조 위원장을 역임한 김일섭씨, 빈민운동가 오강렬씨, 79년 YH사건의 주역이었던 당시 YH무역 노조위원장 최순영씨도 부천시 의원을 지냈다.

현재 35명의 부천.시의원 중 8명이 시민운동 출신 인사로 포진해 있다.

현재 부천시의 시민운동을 이끄는 세 축은 부천YMCA.민주주의민족통일 부천연합.부천경실련를 꼽을 수 있다.

이밖에 교육.문화.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단체들이 연합해 활동한 결과는 타지역 시민운동의 선도 사례로 꼽힌다.

매년 진행하는 8.15기념행사도 타지역의 모범사례. 담배자판기 설치 반대운동도 부천시민운동의 성공사례 중 하나다.

청소년 흡연 및 양담배 판매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95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자판기 외부설치 반대 운동을 시작, 97년 7월에는 담배자판기 외부설치 금지를 법으로 정하는 쾌거를 이뤘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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