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 개통지연 책임공방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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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네 탓이요 - '

부산 지하철 2호선 개통 지연의 책임을 두고 기기 공급업체들 및 부산교통공단 부서간에 공방이 오가고 있다.

가장 난처한 쪽은 LG산전. 지연원인이 되고 있는 신호설비인 자동열차방호장치 (ATP) 를 수주한 주계약자다.

LG는 조달청으로부터 2호선의 이 설비를 2백38억여원에 수주했다. 그러나 이 설비에 대한 핵심기술이 없어 스웨덴 에뜨란즈 (ADtranz) 사를 하청업체로 넣어 기술력을 인정받은 뒤 수주할 수 있었다.

계약상으로는 지연책임이 LG에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LG산전도 할말은 있다.

조달청은 LG산전을 주계약자로 발주하기는 했으나 에뜨란즈사가 공급하는 핵심부품분에 대해서는 LG를 거치지 않고 에뜨란즈사와 직접 계약했기 때문이다.

에뜨란즈측이 '우리가 핵심기술을 갖고 있다' 며 LG와의 하청업체 자격에서의 계약을 거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결국 조달청은 핵심부품분 1백18억원에 대해서는 에뜨란즈와, 주변기기와 그 시공 및 설치 금액 1백20억원에 대해서는 LG산전과 계약하게 됐다.

LG측은 때문에 자신은 주변기기등 수주분에 대한 책임만 있고 결정적인 책임은 핵심부품을 공급한 에뜨란즈사에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어쨌든 주계약자 LG산전이어서 완전면책에는 명분이 약하다.

여기다 LG산전은 고장원인 규명에 필요한 충분한 기술도 갖고 있지 않아 원인 규명에 주도적으로 나서지도 못해 답답해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LG와 에뜨란즈측은 한진중공업의 책임을 슬며시 들고 나왔다.

한진중공업은 2호선 1.2단계 전동차 3백26량 (6량씩 56편성) 을 1천4백28억원에 공급키로 하고 1단계 물량 1백68량을 납품했다.

두 회사는 "초기 시운전 과정에서 전동차 자체의 미세한 배선이 끊어져 있어 ATP가 오작동하기도 했다" 며 전동차 자체의 문제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한진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시운전 과정에서 전동차 자체의 문제는 없었다" 고 반박했다.

부산교통공단은 ATP 설비를 보완, 지하철을 개통해 놓고 ATP 장애 원인에 대한 책임을 가려 지체상금을 물릴 방침이어서 책임소재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부산교통공단의 부서 간에도 '네 탓' 공방이 오가고 있다.

신호설비 공사를 감독을 하는 전기처의 한 관계자는 "지하철 개통이 연기된 것이 모두 신호설비 자체의 결함 때문인 것처럼 잘못 비치고 있다" 며 억울해 했다.

전기처 직원들은 "ATP가 오작동하는 원인이 ATP자체의 결함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전동차 자체의 문제나 터널 내부의 전파장애 등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지 않느냐" 고 은근히 책임을 미루고 있다.

전기처측은 "그동안 지하철 2호선 개통이 연기된 것은 화명지역 택지개발 지역과 가야로 확장 구간 토지보상 지연으로 토목공사가 공사기간이 늘어난데도 원인이 있다" 는 내용의 개통지연 '설명자료' 까지 만들어 놓고 있다.

이에 대해 토목 공사 담당부서인 공사1처 관계자는 "토목공사 기간이 늘어난 것과 3월 개통 지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가야로 확장공사가 늦어져 가야역 출입구 1곳을 더 설치해야 하는 공사는 남겨두고 있지만 이 때문에 개통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고 일축했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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