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서 관악산이 또렷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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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서울의 가시거리가 30㎞에 이르는 등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3일 경기도 광주시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와 20㎞ 떨어진 남산타워가 선명하다. [김태성 기자]

최근 가을 바람과 함께 서울의 공기가 맑고 상쾌해졌다. 3일 아침 서울 도심에서는 남쪽의 관악산이, 서울 강남에서는 강북의 북한산이 뚜렷하게 보였다. 이날 서울지역에서 측정된 가시거리는 28~30㎞에 이르렀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런 날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송월동의 기상청 서울관측소 유혜숙(30)씨는 “초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가시거리가 길어졌다”며 “서울에서 가시거리가 30㎞로 측정되면 연중 가장 공기가 맑은 때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가시거리는 관측자가 눈으로 직접 한 시간 간격으로 측정한다. 서울의 맑은 날 가시거리는 보통 10~20㎞이고, 바람이 잔잔하고 스모그가 조금이라도 끼면 가시거리가 3~4㎞로 뚝 떨어진다.

서울관측소에서 남쪽의 관악산이 희미하게 보이면 가시거리가 14㎞, 가장 뚜렷하게 보이면 30㎞다. 드물기는 하지만 서울의 가시거리가 50㎞로 측정된 적도 있다. 1955년 5월 4일과 59년 7월 23일, 75년 10월 30일 등 가시거리가 50㎞로 기록된 날이 세 번 있었다.

최근 서울의 공기가 맑다는 사실은 환경부의 대기오염 자동측정망의 측정치에도 나타난다. 지난달 31일~이달 3일 서울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당 20㎍(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 안팎이었다. 이는 올해 1~7월 서울지역 미세먼지 평균 농도인 58㎍의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가시거리가 30㎞였던 2일 오후와 3일 아침에는 그 농도가 10㎍ 안팎까지 떨어졌다. 서울의 도심인 중구에서도 3일 오전 6시 미세먼지 농도가 8㎍을 기록했고, 1일 오후 5시에는 5㎍을 기록하기도 했다. 제주도 서귀포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 38㎍보다 훨씬 낮았다.

기상청 김승배 통보관은 “중국 쪽에서 동쪽으로 옮겨 간 이동성 고기압이 동해 북부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정체돼 있는 바람에 북동쪽에서 우리나라로 맑은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동쪽에서 불어오는 맑고 선선한 공기 속에는 미세먼지나 수증기가 적다.

지난달 하순 비가 자주 내린 것도 공기 중의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한몫을 했다. 서울지역에는 지난달 25, 26, 27, 30일 하루 6.5~17㎜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3일 “ 당분간 고기압 영향을 받아 대체로 맑은 날씨가 주말까지 이어지겠다”며 “강한 햇빛 때문에 일교차가 매우 클 것”이라고 밝혔다.

강찬수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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