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네멋대로 해라''다모' 등 매니어 층을 낳은 드라마의 경우 종영 후에도 열혈 팬들이 모여 전작(全作) 상영회, 자선 콘서트 등 크고 작은 행사들을 꾸준히 마련했다. 하지만 라디오 프로그램의 경우 화려하지 않은 매체 특성 때문인지 팬들이 자발적으로 여는 대형 행사를 찾아보기가 좀처럼 어렵다.
현수와 은주들 역시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조용한 이가 많다. 그런 그들이 영화제라는 큰 행사를 열겠다고 나선 것은 최근 방송 3사의 영화음악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사라지는 데 대한 위기 의식 때문. '신영음'의 경우 자사 청취율 1위 프로그램이지만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를 일이다.
일단 행동에 나서자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조용히 숨어있던 청취자들이 나서 영화제 기획, 장소 섭외, 홍보, 마케팅, 포스터 디자인, 홈페이지 제작 기획까지 모두 맡았다. 사랑하는 은주를 위해 현수가 텅빈 영화관에서 단 한 편의 영화를 틀어준다는 내용의 포스터(사진) 모델 역시 일반 청취자다. 배창호.류승완 감독이 축사를 맡고, 조성우 음악감독이 직접 자신의 영화 음악을 들려주겠다고 약속하는 등 주변의 호응도 뜨겁다.
영화제 동안 매일 오후 8시40분 한 차례씩만 상영하며, 참가 신청은 신영음영화제 홈페이지(http://sciff.cbs.co.kr)에 하면 된다. 관람료는 무료. 조용하지만 뜨거운 라디오 팬들이 세상을 향해 손을 뻗었다.
구희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