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동동] 인천 배다리 헌책방 거리 재개발 계획 반대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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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인천시 동구 배다리 헌책방 일대의 재개발 사업을 놓고 인천시와 지역 주민이 대립하고 있다. 인천시는 주상복합 등을 건축해 구도심을 활성화하려는 데 반해 주민·지역문화단체들은 인천의 대표적인 역사문화거리를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창동 일대 배다리 마을은 옛 인천양조장 건물을 비롯, 옛 성냥공장·헌책방거리 등이 몰려 있어 개항기 이후 ‘인천의 생활사 박물관’으로 불리는 곳이다. 과거 바닷물이 드나들던 수로에 해산물 등을 실은 배들이 경인선 철교 아래까지 오가던 곳이어서 붙여진 지명이다.

인천시는 상권이 침체되고 노후 불량 주택이 널려 있는 이 일대 31만㎡에 대해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계획을 마련, 지난달 말 주민 공람에 들어갔다. 재정비계획은 주상복합건물·아파트 단지 등을 개발, 구도심 상권을 되살리고 주민 재정착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녹지공간이 전무한 이곳에 전체 면적의 20%를 공원·녹지로 조성하고 역사문화의 거리를 따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배다리를 가꾸는 인천시민모임’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의 계획은 이곳의 역사·문화적 특성을 외면한 개발 만능의 발상”이라며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전국적으로 유명한 배다리 일대의 헌책방들을 밀어버리고 신축 고층건물에 획일적으로 입점시키려는 것은 폭거”라고 비난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헌책방들을 대로변의 상가와 주상복합 건물에 흡수하는 대신 경인선 철로변 1900㎡의 부지에 옛 성냥공장·우체국 등의 건물을 복원하고 상설 문화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 주민들의 의견을 계속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구구동동(區區洞洞)은 방방곡곡(坊坊曲曲) 면면촌촌(面面村村)의 운율을 따서 만든 조어로 도시의 구와 동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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