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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fashion] 홍대앞에서 만난 패션 펑키룩 vs 댄디가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8면

이선구(18·학생)

‘남성지’라고 하면 에로틱한 사진과 가십기사가 주 내용인 ‘선데이 서울’이 먼저 떠오를 때였기 때문이다. 화보 촬영을 위해 남성복 브랜드에 협찬을 부탁하면 “우린 ‘그런(야한)’ 잡지 아니에요”라는 답과 함께 거절당하기 일수였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기사 아이디어를 생각만큼 실현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일본 잡지 ‘맨즈 논노’에서와 같은 ‘스트리트 패션’ 기사였다. 95년 한국 거리에는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한 스타일리시한 남자들이 극히 드물었다. 가물에 콩 나듯 만난 이들은 ‘사진 촬영’을 어색해하며 거절했다.

2009년 style&이 거리에서 만난 남자들은 달랐다. 20대가 주로였지만 그들은 저마다 각자의 개성을 표현한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했고, 사진 촬영에도 즐겁게 응했다. 그리고 모두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금방 TV 예능 프로그램을 마친 듯 가장 눈에 띄는 옷차림을 보여준 노승한(28)씨는 아동보육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한다. 그러니까 사진 속 옷차림은 ‘주말용’이다. 시장에서 페인트를 뿌려 놓은 듯한 점프 슈트(상하의가 한 벌로 이어진 옷)를 산 후 자신이 직접 찢어서 모양을 만들었다고 한다. 디올 옴므의 디자이너였던 에디 슬리먼과 벨기에 출신의 디자이너 마르틴 마르지엘라를 좋아한다는 그는 “인터넷과 잡지를 통해 매 시즌 남성복 컬렉션을 꼼꼼히 살펴본다”고 말했다.

연한 하늘색 셔츠에 검정 스키니 진, 그리고 베레모를 쓴 이흥섭(21)씨는 게임 프로그래머다. 그는 깔끔한 댄디가이 스타일을 즐기는 이유를 묻자 “프로그래머라고 하면 대부분 옷도 잘 안 갈아입는 지저분한 사람으로 연상되는 게 싫어서”라고 답했다.

팔찌, 목걸이, 벨트에 매단 링 장식과 총알까지 금속 액세서리를 8개나 걸친 이선구(18)군은 고교 3년생이지만 방과 후에는 홍대 앞에서 인디 밴드 활동을 한다. 그는 자신의 옷차림 컨셉트를 “내가 추구하는 음악이 펑크니까 당연히 펑크스타일”이라고 답했다.

역시 거리에서 만난 이들도 현재 불고 있는 ‘복고 스타일’ 영향권 안에 있는 듯하다. 이번 스트리트 패션에서 만난 이들이 대표적으로 보여준 두 개의 특징, 검정 스키니 진과 다양한 금속 팔찌는 1970년대 펑크스타일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최미경 프리랜서, 진행=선우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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