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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틴틴] 책과 함께 떠나는 먼나라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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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툭
미샤 다미안 글,요쳅 빌콘 그림,최권행 옮김
한마당,27쪽,6500원

빛과 물은 같단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글,카르메 솔레 벤드레 그림
송병선 옮김,좋은 엄마,32쪽,8000원

어린이들에게 집은 넓다. 동네는 그보다 더 넓고 도시는 그보다 더 넓다. 우리나라 전체는 단지 넓다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끝없이 넓으니까. 그러니까 속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 한국을 모르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거야. 어떻게 내가 사는 나라를 모를 수가 있어?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다른 나라는 잘 모른다. 미국·일본·유럽의 나라들과 같이 비교적 잘 알려진 곳을 빼곤 모두 아리송하고 뿌옇다. 간신히 이름만 알고 있는 정도에 그치는 나라도 수두룩하다. 미국 사람들의 머릿속은 영화나 만화 덕에 금세 끄덕끄덕 이해를 하면서도 몽골이나 베트남 사람들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우리에게 덜 알려진 나라일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하다. 그 나라의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알기도 힘들지만 관심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

이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우리가 잘 모르는 나라, 그곳에 사는 이들은 우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는 매일 김치를 먹는데, 그 김치를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고 번화한 도시인 서울을 아는 사람은? 아마도 그들도 미국이나 일본은 잘 알고 있을 테지만, 저 먼 나라 한국에 대해선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어른도 그렇게 부분적으로만 세계를 알고 있는데 어린이들은 어떤 생각일까?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아시아의 어느 구석에 한국이 붙어있는지 알고 있을까? 한국이란 이름을 들어보기나 했을까? 다시 반대로 생각해서 우리 아이들 눈으로 먼 나라를 보자. 아프리카, 남아프리카 그리고 멀고 먼 툰드라에 있을 아이들이 무슨 꿈을 꾸는 지 누가 관심이나 가지고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가끔 먼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판되고 있다. 멀리 툰드라의 이야기며 아프리카·인도·남미의 아이들이 책을 통해 다가온다.

에스키모 이야기를 다룬 『아툭』은 미지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게 한다. 어린 아툭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갈색 개에게 타룩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아툭과 타룩은 눈밭에서, 이글루 안에서 맘껏 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사냥을 나간 타룩이 푸른 늑대에게 물려 죽고 만다. 아툭은 끝없는 눈벌판을 슬픔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며 복수를 다짐한다. 시간이 흘러 아툭은 힘이 센 젊은 사냥꾼이 되어 눈 내리는 들판으로 나간다. 그곳에서 아툭은 푸른 ‘늑대’가 아닌 푸른 ‘여우’ 한 마리를 만난다. 푸른 여우는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커다란 별을 친구로 삼은 참이다. 혼자 외롭게 살아남기에 지친 여우에게 밤마다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아툭은 아직 푸른 늑대에 대한 복수심에 사로잡힌 채이다. 아툭은 기어이 푸른 늑대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 그토록 원하던 꿈을 이루었으나 아툭에겐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타룩도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죽은 늑대가 누워있는 텅빈 툰드라만 있을 뿐이었다. 아툭은 이제 모두에게 두려운 사냥꾼이 되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어느날 한송이 꽃을 보며 비로소 겨우내 기다려주는 친구의 소중함을 생각한다. 혼자만의 고독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 친구의 가치를 알아낸 것이다.

단색조의 톤에 서툰 듯한 그림이 멀고 먼 땅과 고독의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다. 어른인 나조차도 에스키모 하면 잘 익지도 않은 고기를 씹어먹는 혐오스러운 사람들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툭』의 주인공은 우리 감성과 무척 닮아 있다. 생명에 대한 연민으로 가슴 아파 할 줄 아는 감성. 글로만 읽었더라면 간단했을 감정이 그림으로 인해 참 섬세하고도 웅장하게 전해온다.

『빛은 물과 같단다』에서는 따뜻한 나라의 상상 속에 푹 빠져 볼 수 있다.『백년동안의 고독』을 쓴 남미 문학의 거장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작품이다. 아홉 살 토토와 일곱 살 조엘은 아버지에게서 보트를 선물로 받는다. 하지만 그들이 사는 마드리드에는 보트를 띄울 만한 물이 없다. 아이들은 부모가 외출한 틈을 타 주문을 외운다. “불은~ 빛, 빛은~ 물….” 그러자 거실 등에서 빛이 물처럼 흘러나오고 이내 거실에는 보트를 띄울 수 있을 정도로 빛이 찰랑거린다. 소파와 식탁, 의자는 둥둥 떠서 섬이 되고 보트는 그 사이를 유유히 떠다닌다. 엄마, 아빠가 없을 때마다 보트를 타거나 잠수를 하던 아이들은 어느날 빛이 흘러나오는 등을 깜박 잊고 계속 켜두고 만다. 빛은 거실을 다 채우고 창밖으로 폭포처럼 흘러내리게 되고 성홀리안 초등학교 아이들은 끝도 없는 빛의 바다를 만나게 된다.

『아툭』과는 다른 상상의 세계가 『빛은 물과 같단다』에서 넘실대고 있다. 많이 읽어 오던 미국이나 유럽, 일본책의 상상과는 또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세상에도 꿈은 넘실대고 있다. 그 꿈들은 우리 어린이들을 더 반짝이게 만들 것이다. 그곳의 삶들은 우리 어린이들을 더 깊게 만들 것이다. 더욱 많은 오지의 책들이 우리 어린이들의 눈과 귀를 열게 하고 가슴을 진지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형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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