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인삼협 통합 의미]예상밖 고강도 구조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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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농.축협이 80년 분리 이후 20년만에 다시 단일 협동조합으로 통합될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농.축협의 '통합' 이란 강도높은 안을 낸 데는 최근 분위기가 반영됐다.

농.축협과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에 대한 잇따른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이후 개혁 요구가 크게 일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개혁의지 또한 강력했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협동조합이 이래 갖고서야 어떻게 농민에게 돈을 빌려주고 도와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강력하고 빠른 개혁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 의미 = 중앙회 조직과 기능을 축소시켜 일선회원 (단위) 조합에 기능을 대폭 이양해 일선조합의 독립 사업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업종별로 분산돼 있는 개별 조합중앙회를 하나로 통합해 농업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이 개혁방안의 기본취지다.

조합장 직선제가 과열선거 및 조합원을 의식한 정책집행 등으로 권한남용.대출비리 등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만큼 선출제도 자체를 간선제로 바꾸고 책임경영체제를 도입, 전문화시대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신용.경제사업의 분리가 막바지까지 이슈였다.

상당한 규모의 유통사업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안이 마땅치 않아 일단 중앙회내 조직으로 신용사업을 통합하되 독립경영체제를 구축한다는 절충안으로 낙착됐다.

농협의 신용사업 재원으로 연간 8조원 이상의 쌀수매.영농자금 등 각종 정책자금이 지원되는 '현실' 속에서 '이상' 만을 고수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신용사업을 분리해 사실상 자회사 형태로 일반 은행과 같이 할 경우 은행수준의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는 데 1조원 정도의 자본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현실적 문제점도 고려됐다.

◇ 과제 = 농.축협 통합시점인 2001년에 가면 정권의 힘이 약화될 수 있는 데다 노조의 반발이 계속될 경우 개혁추진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수협의 경우 관할 (해양수산부) 이 달라 통합대상에서 일단 제외됐지만 다시 거론돼야 할 문제다.

후속조치 마련과정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많다.

우선 중앙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인단을 선거 2~3일전에 '무작위' 로 정하는 방법도 웬만한 투명한 절차가 아니어서는 자칫 '작위'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현행 1천2백여명의 조합장에서 2백여명으로 줄어들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하는 막판 과열선거에 대한 부작용도 예상된다.

조합장의 간선제 선출은 조합운영이 여전히 몇몇 조합 주도 인물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어 보다 분명한 감사제도 확립과 외부 경영평가

제도의 활용이 요구된다.

신용.경제사업 분야의 대표이사로서 책임경영을 주도할 중앙회 부회장도 일단 회장이 지명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독립성을 부여하기 위한 임기제.인사권 부여 등 제도적 장치가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용.경제사업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만큼 형편이 나은 신용사업의 수익금이 경제사업의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일정부분의 의무기탁제 등 제도보완과 경제사업의 수익사업 활성화 대책 등도 필요하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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