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동주 詩心 그림으로…日화가 아라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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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 민족시인 윤동주 (尹東柱) 의 시심 (詩心) 을 일본인이 그림으로 표현, 도쿄 (東京) 긴자 (銀座) 의 다카노 갤러리에서 '윤동주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부터' 라는 전시회를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윤동주 시에 반한 화가 아라이 고코 (荒井虹子.60.여) 의 개인전이다.

"3년 전 서도가인 친구가 쓴 윤동주의 '서시' 를 읽고 쏙 빠져버렸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순수시라고 생각했어요. 얼마후 일본어로 번역된 시집.해설을 접하면서 시대적 배경과 윤동주 선생에 대해 알게 됐지요. " 그녀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윤동주 시를 읊었다. 새로운 감동에 사무친 나날들이었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라는 '서시' 의 한 구절은 고향인 나가사키 (長崎) 현에서 미국의 공습으로 대피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상기시켰다. 고동치는 가슴을 어떻게 드러낼까. 시를 그림으로 옮기기로 했다.

"화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었지요. 지난 3년은 오로지 윤동주 시를 음미하고, 시심을 그리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 땐 밤을 지새기도 했지요. " 이렇게 그린 작품이 87점.

시 한편에 그림 하나씩이지만 '서시' 와 '비애' 는 두 작품씩 냈다. 시 내용에 따라 콜라주.파스텔.수채화 등 양식을 달리한 것들이다. 전시회에 출품한 것은 28점. 그녀가 해석한 윤동주의 시세계는 '투명한 푸르름' 이었다.

"작품 중 청색이 많은 것은 그 때문" 이라며 청색 바탕과 선으로 구성된 '서시' (2) 도 바탕은 윤동주의 결의를, 선은 섬세함을 의미한다고 했다.

지난 1일부터 열린 전시회에는 닷새 동안 1백50여명이 다녀갔다. 그중에는 함께 비치해 놓은 윤동주 시집을 읽고 두번 다녀간 인사도 적지 않다고 한다.

"문화행사지만 이를 통해 꼭 한국인에 대한 속죄의 마음이 전달되고, 평화.인권문제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도쿄여자미술대를 나와 두번째로 개인전을 갖는 그녀는 "윤동주 시와 함께 여생을 보낼 것" 이라고 했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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