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무역다툼 확산…바나나분쟁 항공·쇠고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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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바나나 분쟁' 으로 촉발됐던 미국과 유럽연합 (EU) 의 무역분쟁이 쇠고기 무역과 항공까지 확대되는 등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바나나 분쟁' 이란 아프리카.카리브해.태평양 국가가 수출하는 바나나에는 특혜를 주고 에콰도르.온두라스 등 중미국가가 수출하는 바나나에 대해선 관세를 부과하는 EU의 조치를 둘러싼 미 - 유럽간의 6년간에 걸친 다툼.

미국은 이 조치 때문에 중미에서 바나나를 재배.수출하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매년 5억2천만달러 가량의 손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고, 유럽측은 "이미 지난 1월1일자로 상당부분 개선했다" 고 반박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 (WTO) 는 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다음달 12일 내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미국 정부는 3일 "WTO가 미국의 손을 들어줄 경우 5억2천만달러어치의 EU수출품에 대해 1백%씩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 고 전격 발표했다.

이날 미국측이 밝힌 보복관세 대상 품목에는▶루이비통 핸드백▶이탈리아산 햄과 치즈▶스코틀랜드산 캐시미어 스웨터▶영국산 코트 등 고가품 다수가 포함됐다.

이에 대해 EU측은 4일 "순리에 역행하는 조치" 라고 반발하며 보복조치 마련에 착수할 뜻을 밝혔다. 항공 분야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분쟁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의회가 지난달 연료 과다소요.소음 공해 등의 이유로 미국의 노후 항공기 취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미 하원은 3일 이에 대한 보복조처로 유럽 콩코드기의 미국 비행을 금지하기로 표결했다.

이같은 양측 법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미국은 노스웨스트.페더럴 익스프레스.유나이티드 파셀 서비스 (UPS) 등 1천대 이상의 항공기의 유럽 취항이 불가능해지며, 유럽은 브리티시 에어웨이스.에어 프랑스 등 하루 4편의 미국행 콩코드 운항이 규제받게 된다.

한편 샬린 바셰프스키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3일 "EU가 호르몬이 투여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WTO의 판정이 있었는데도 이같은 조치가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며 "철회 시한인 5월13일이 지날 경우 또 다른 보복조치가 가해질 것" 이라고 경고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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