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하나에 상품은 서너개…내용보다 방영형식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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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젠 광고 내용보다 어떻게 방송을 타느냐가 더 문제'. 최근 새로운 편성 기법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TV CF전략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여초 남짓한 한편의 광고에 두개 이상의 동시에 상품을 소개하는 이른바 '트레일러' 광고, 같은 상품을 다른 소재로 여러편 제작해 동시에 내거는 '멀티스팟' 광고 등이 바로 그것. 크라운제과의 죠리퐁 광고 (금강기획) 는 광고 한편에 두가지 상품을 동시에 소개하는 일종의 '덤 광고'. 앞 부분에서 탤런트 홍석천을 등장시켜 죠리퐁을 선전한다.

수많은 군중이 운집한 운동장. 손에 죠리퐁을 들고 경기를 관람하는 소녀들 사이에서 홍석천은 소녀들에 손에 쥐어진 죠리퐁에 정신이 팔려 있다. 참다 못한 홍석천. 열 받은 귀에서는 김을 뿜어대고 안경은 부서진다. 결국 과자를 빼앗지만 봉지에는 죠리퐁 단 한알. 그래도 행복에 겨운 홍석천은 '죠리퐁 너 없이는 못살아' 라고 외친다.

그러나 여기서 광고가 끝난다고 생각하면 오산. 곧바로 콘칩과 콘초코 광고가 이어진다. 짧은 바지에 긴 코트를 거친 홍석천이 콘칩과 콘초코를 몸에 달고 나타나 반대로 소녀들을 약올린다는 내용. 5초라는 짧은 순간이지만 사실상 독립 광고로 연결시켜 차별화를 극대화했다.

태평양의 슈퍼용 화장품 쥬비스광고 (동방기획) 는 같은 주제지만 내용만 약간 바꾼15초짜리 CF 2편을 한개의 프로그램 전후에 노출시키는 '이란성 쌍둥이' 광고.

프로그램 앞에 먼저 나오는 광고는 일명 프로블렘 (problem) 편. 주부 모델 서정희가 자신없어 하는 표정 뒤에 '20대 피부는 메마르다, 어둡다' '30대 피부는 감추고 싶다' 등의 자막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제품과 함께 '쥬비스, 태평양 30대 피부 전문팀이 만듭니다' 라는 내용이 이어진다.

반면 프로그램 뒤에 걸리는 '솔류션 (solution) 편' 은 똑같은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30대 피부는 행복하다' 는 것이 골자. 이밖에 현재자동차 엑센트 아반떼린번 CM 역시 4편을 미리 제작해 동시에 2편의 광고를 '온 에어' 시키고 있다.

지난 연말 방송을 탄 1.2탄에 이어 최근 3.4탄이 전파를 타고 있다. 주유맨으로 등장하는 개그맨 남희석이 연비가 좋은 린번승용차를 몰고 온 탤런트 박광정한테 매번 기름도 넣지 못하고 골탕만 먹는다는게 전체 시리즈의 골격.

제작진은 계속해서 등장하는 주유소 때문에 소비자들이 혹 정유광고로 착각할까봐 주유소 세트를 일부러 단순화하는데 무척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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