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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진흥원 동해서 고래3천마리 확인…4년뒤 포경재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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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어, 웬 돌고래 떼가…. " 지난달 24일 오후 1시쯤 경북포항 동북쪽 8㎞ 해상. 국립수산진흥원의 고래자원 조사팀 (팀장 金場根.43.연근해자원과 연구관) 4명은 2m 크기의 '긴부리 참돌고래' 2천여마리가 눈앞에 나타나자 "와" 탄성을 질렀다.

동해에서 고래잡이가 가능했던 85년까지 겨울철에 고래떼가 발견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사팀은 다음날 오전 10시쯤 경북울진 앞 6~10㎞ 해역에서 참돌고래 1천1백마리가 유영하는 장관을 보고 다시 놀랐다. 참돌고래떼는 94년 국제포경위원회 (IWC) 과학위원회가 대서양에서 발견한 이후 처음 목격된 것이다.

이날 오후 1시쯤 울진 동쪽 11㎞ 해상에서는 동해에서 한번도 발견되지 않은 길잡이 고래 (길이 4~5m) 6마리가 눈에 띄었다.

동해안 고기잡이 그물에 종종 걸리는 밍크고래 한마리가 발견된 것은 지난 1일 오전 10시쯤 울진앞 5㎞ 해상. 길이 7m에 4t은 됨직한 제법 큰 놈이었다.

국립수산진흥원이 지난달 22일부터 4일까지 실시하는 동해 고래자원 조사에서 확인된 고래는 지금까지 모두 3천1백여마리. 육안으로만 확인된 이같은 개체수로 미뤄 동해의 고래자원이 8만~10만마리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조사팀 관계자는 밝혔다.

86년부터 동해에서 고래잡이가 금지된 이후 13년만에 실시된 고래자원 조사결과에 대해 조사팀은 한마디로 "동해의 고래가 이상해졌다" 고 말했다.

한반도 주변의 고래는 겨울철에는 동중국해에서 보낸 뒤 3~4월 동해를 따라 북상, 7~8월 오호츠크해를 거쳐 9~11월 다시 동해를 따라 내려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울산 장생포를 전진기지로 한 고래잡이도 봄.가을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특히 참돌고래는 주로 바닷물 온도가 18도 이상 되는 해역에서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요즘 동해의 수온은 10도 안팎이다.

조사 결과 80년 중반까지 육지에서 32~50㎞ 떨어진 해역에서 잡히던 고래가 육지쪽 3~13㎞까지 바짝 붙어 회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해의 고기잡이 그물에 96년 1백29마리, 97년 78마리, 98년 35마리의 고래가 잡힌 것도 이같은 고래의 회유 해역 변화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金조사팀장은 "86년부터 포획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진 고래들이 크릴새우 등 먹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육지쪽으로 안심하고 다가오는 것 같다" 고 추정했다.

국립수산진흥원은 올해부터 2001년까지 매년 세차례씩 고래 자원조사를 한 뒤 2003년부터 상업포경 허용을 IWC에 요청할 방침이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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