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일만 남긴 총재회담…여권, 기대만큼 고민도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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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 총재회담에 대한 국민회의의 기대는 남다르다.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을 풀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만남 자체가

정국에 화해무드를 조성하고 경제회생에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막상 총재회담이 열리더라도 얻을 게 별로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오는 30일로 예정된 재.보선을 앞두고 있다는 시기의 부적절성.

선거를 앞두고 명분을 선점하기 위해 서로에게 정치적 부담을 전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못내 부담스럽다.

만일 총재회담이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끝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金대통령의 지난달 24일 기자회견 이후로 예정됐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기자회견이 달을 바꿔 지난 2일에야 이뤄지는 바람에 이같은 결과가 초래됐다는 것이 여권의 시각이다.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정국 긴장도를 계속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李총재의 전략에 말려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재회담이 무산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회의는 3일 의원총회를 열고 세풍 (稅風) 사건에 연루된 서상목 (徐相穆) 의원 체포동의안을 이번 임시국회 회기 중 처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국기문란 사건은 적당히 봐줄 수 없다는 원칙론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하지만 徐의원건에 관한 한 李총재가 현실적으로 물러서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달 중 한.미 범죄인 인도협약 발효에 따른 이석희 (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의 입국 가능성도 또 다른 변수다.

그러나 정국안정을 위해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金대통령도 3일 KBS 인터뷰에서 李총재의 회담 제의를 반색했다.

여기에 총재회담을 통해 정국의 당당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李총재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져 회담 성과와 관계없이 시기만 남았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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