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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독점 희귀광물 무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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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국이 자국의 희귀 광물을 ‘자원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희토류(rare earth) 광물들이다. 희토류는 스칸듐·이트륨과 란타넘계 15개 광물을 합친 총 17개 광물을 총칭한다. 이들은 풍력발전,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최근 각광받고 있는 그린에너지 기술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중국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들 광물의 생산·수출을 강력하게 통제해 왔다. 이 때문에 6월 미국·유럽연합(EU)으로부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미 뉴욕 타임스(NYT)는 1일 중국 정부가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희귀 광물 및 희토류 콘퍼런스’에서 향후 희토류 광물 수출을 더욱 통제하는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린기술에 필수=희토류는 최근 채굴량이 늘며 가격이 싸지곤 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희귀하고 값비싼 광물 종류’로 꼽힌다. ㎏당 테르븀은 300달러(약 37만원), 디스프로슘은 110달러(약 14만원)에 팔린다. 더구나 최근 그린에너지 기술이 각광받으면서 희토류의 가격은 더욱 치솟고 있다. 희토류 광물을 이용해 만든 ‘희토류 자석’의 경우 일반 자석에 비해 보자력(保磁力·자성체의 자력을 0으로 만들어 주는 역자기장의 세기)이 10배나 된다. 이 때문에 풍력발전기,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에 탑재되는 전기 모터에 필수 부품으로 쓰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하이브리드카인 도요타 프리우스의 경우 한 대에 0.9~1.8㎏의 네오디뮴이 들어간다.

문제는 이들의 생산을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유통되는 희토류의 절반이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바오터우(包頭)에 있는 한 광산에서 나온다. 중국 남부의 소규모 광산들이 나머지를 생산한다. 희토류 전체의 93%가 중국산이고, 그중 디스프로슘·테르븀은 99%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호주·남미 등에도 광산이 있지만 금융위기로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더욱이 중국은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이들 광산의 지분마저 사들이고 있다.

◆“아쉬우면 중국으로 공장 옮겨라”=중국은 이 같은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중국의 희토류 수출은 계속 줄었다. “우리가 쓸 물량도 모자란다”는 이유였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지난달 말 중국이 테르븀·디스프로슘·이트륨·툴륨·루테륨 수출을 아예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6개년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네오디뮴·유로품·세륨·란타넘의 경우 총 수출량을 연간 3만5000t으로 제한하고 20%의 수출 관세도 부과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문이 돌면서 희토류 제품을 만드는 외국 기업들엔 비상이 걸렸다. 중국산 희토류 유통이 막히면 국제 거래가가 치솟는 것은 둘째치고, 당장 제품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정 희토류가 필요하면 공장을 중국으로 옮겨라”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

중국은 1991년 희토류 광물을 국가 보호 자원으로 지정하고 관련 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당시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은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통해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 후 20년, 그의 큰소리는 현실이 되고 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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