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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서도 영화 시사회 열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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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화랑에서 고객들이 김용호 사진전을 무료 관람하고 있다. 스포츠 스타나 예술인 등 국내 명사를 촬영한 사진이 전시됐다. [롯데백화점 제공]

지난 7월 24일 현대백화점 천호점 문화홀에서는 영화 ‘국가대표’의 시사회가 열렸다. 백화점 고객들 사이에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 직원이 앉아 몇 명이 참석했는지, 관객이 어떤 장면에서 폭소를 터뜨리는지를 체크했다. 이 영화의 시사회는 현대 미아·무역센터·목동·중동점에서도 열렸다.

보통 이벤트에 응모해야 볼 수 있는 공식 시사회와 달리 백화점 시사회는 예매만 하면 관람이 가능하다. 전단을 통해 홍보가 되는 데다 입소문 마케팅에도 유리해 요즘은 영화사들이 경쟁적으로 백화점에서 시사회를 열려고 한다. 현대백화점에서 ‘이태원 살인사건’ 시사회를 하는 영화마케팅대행사 도로시의 이경진 대리는 “백화점은 고객을 모아서 좋고, 영화사는 예매율이나 관람 후 반응을 보며 흥행 여부를 가늠할 수 있어 윈윈”이라고 말했다. 현대는 이번달에 천호·미아·목동점에서 ‘이태원 살인사건’ 외에도 ‘어글리 트루스’ ‘불꽃처럼 나비처럼’ 등 3편의 시사회를 한다.

영화나 음악 공연을 보고 싶을 때 극장이나 콘서트장 대신 찾을 곳이 많아졌다. 유통업체나 식음료 회사들이 문화마케팅에 적극 나서면서 싸고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홀에서 열린 뮤지컬 맘마미아 갈라 콘서트 장면. [신세계백화점 제공]

예전에는 공연 티켓을 경품으로 주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공연장을 통째로 빌려 고객 대상 행사를 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월 고객을 초청해 세종문화회관에서 리차드 용재오닐의 클래식 연주회를 열었다. 6월에는 오페라 토스카를 공연했다. 명품관 에비뉴엘에 있는 화랑에서는 1일부터 세계적인 유리조형가 데일 치후리의 작품 전시회를 열고 있다. 10월에는 한국 패션의 변천사를 감상할 수 있는 ‘한국 현대패션 100년 의상 전시회’도 개최한다. 롯데 정영철 마케팅 팀장은 “문화마케팅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이 문화행사에 공을 들이는 것은 매출을 올리는 효자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문화홀을 이용한 고객의 1인당 연평균 구매액은 640만원. 100만원가량인 본점 일반 고객에 비해 6배나 높다. 문화홀에서 가수 장윤정·설운도의 공연이 열리는 날이면 매출이 큰 폭으로 뛰어오른다고 한다.

신세계는 지난 3월 실내악 앙상블 ‘세종 솔로이스츠’의 공연을, 4월 소프라노 신영옥의 리사이틀을 진행했다. 9월에는 본점과 죽전점에서 기타 공연을 선보인다. 클래시컬 데이에는 기타리스트 이성우씨와 독일 아티스트 올리버 파르타쉬, 바이올리니스트인 이성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협연한다. 일렉트릭 데이에는 그룹 송골매의 귀환 공연이 준비돼 있다. 신세계 마케팅담당 장재영 상무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올해만 50억원을 문화마케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짜로 음원 서비스도 =음료 회사 중에는 공짜로 음원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도입한 곳도 있다. 현대약품은 피부를 편안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뷰티 음료 ‘미에로뷰티엔’을 출시하면서 문화 마케팅을 시작했다. 유니버셜 뮤직과 함께 미에로 사이트(www.miero.co.kr)에서 합법적으로 음악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룹 소녀시대를 모델로 기용한 이 회사는 뮤직비디오에 제품을 등장시키고 회사 홈페이지에서 해당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는 지난달 편집 음반을 출시했다. 15곡이 담겨 있다. 앞으로 커피전문점의 경쟁 요소가 문화 콘텐트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제작했다고 한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유니버셜 뮤직과 손잡고 매장 내에 재즈·팝 등 음반을 판매하는 ‘팝 업 스토어’를 꾸몄다.

매일유업은 미국·이탈리아·스페인 등의 유명 연주자를 초청해 전국에서 클래식 공연을 한다. 이 회사는 주로 지방에서 공연을 하는데, 임산부의 참여율이 높다고 한다. 클래식 공연을 하는 달에는 다른 때에 비해 5~10%가량 매출이 는다. 회사 사이트 가입자도 15%가량 증가한다. 매일유업은 11월 8, 10일 각각 경남 마산과 경기도 안산에서 공연을 할 계획이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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