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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광 핵심은 ‘관광’ 아닌 ‘의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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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최근 ‘의료관광’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자는 말도 자주 들린다. 의료관광, 즉 메디컬 투어리즘(medical tourism)이라는 용어는 태국이 맨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전체가 경제위기에 빠져 있을 때 관광대국인 태국이 일반적 관광에 의료 부문을 접목하여 수익을 늘리려 했던 것이 시초다. 태국의 의료 수준은 우리의 예상보다 높은 편이고, 치료비는 선진국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이 때문에 태국의 의료관광 사업은 그런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태국식 개념의 의료관광을 의료관광의 본질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관광’이라는 상품을 구매하면서 곁다리로 구매하는 것이 어울리는 의료 서비스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검진, 간단한 미용 성형, 임플란트 등의 치과 진료 등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관광도 하고 치료도 하는’ 모델이 마음에 들지 모르지만 심장수술이나 뇌수술, 장기 이식, 암 치료 등 생명이 걸린 치료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관광’이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폐암 치료를 외국에서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첫째가 의술이고 둘째가 비용이지, 주변 경관이나 특산물일 리가 없지 않은가.

따라서 의료관광의 정확한 개념은 ‘의료를 목적으로 행해지는 환자들의 국가 간 이동’이다. 즉, “한국에는 매력적인 관광지가 별로 없어 의료관광이 성공할 수 없다”거나 “의료 서비스를 결합한 관광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완전히 틀렸거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사실 의료관광이 세계적 관심사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기껏해야 10여 년의 역사가 있을 뿐이다. 미국의 의료비와 의료보험료가 지나치게 높아진 것과 유럽 통합이 일차적 원인이고, 몇몇 개발도상국의 의료 수준이 선진국 못지않게 높아진 것이 이차적인 원인이다. 싱가포르나 동유럽 몇몇 나라가 해외 환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모두 2000년 이후의 일이다.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우리의 의료 수준은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고, 치료비는 선진국의 절반 이하다.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는 세계 최고라는 뜻이다. 즉,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건은 이미 갖추어져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눈에 띄는 ‘실적’은 없다. 왜 그럴까?

첫째, 마케팅의 부재 때문이다. 외국에 있는 환자가 인터넷을 뒤져 스스로 찾아오기를 바라기는 어려운 이상 어떤 식으로든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이런 노력이 별로 없다. 개별 병원들이 전 세계를 상대로 홍보 활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의료법의 ‘유인 알선 금지’ 조항이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이 더 큰 원인이었다. 다행히 이는 최근에 허용됐다.

둘째, 언어 장벽 때문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환자는 없다. 하지만 영어로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의사는 많지 않고, 통역 서비스가 가능한 언어도 몇 안 된다. 중국어가 되는 의사가 한 명도 없는 병원이 중국인 환자 유치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외국인 의사가 소수라도 있으면 큰 도움이 될 텐데, 이 또한 우리 의료법이 허용하지 않는다.

셋째, 국제적 의료보험 회사들과의 계약 미비 때문이다. 치료비를 전액 자기 돈으로 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외국인 환자는 치료비의 상당액을 의료보험을 통해 해결하는데, 국내 병원 중 외국의 의료보험 회사들과 진료비 지불 계약을 한 곳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전액을 자비로 낸 다음 영수증을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하고, 이에 필요한 서류나 절차 등을 미리 확인해야만 한다. 환자는 치료만 받고, 비용은 병원과 보험회사가 알아서 정산하는 것에 비하면 대단히 번거로운 일이다.

우리는 의료관광 분야의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세 가지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박재영 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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