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근절 나선 서울 쌍문동 주부방범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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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일 오후 서울도봉구쌍문동 동북초등학교 앞길. 방범모자.유니폼에 호루라기.방망이.무전기까지 갖춘 '아줌마' 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지나가는 초등학생들이 이들에게 거수경례를 한다.

아줌마들은 쌍문동 주부 34명으로 구성된 '여성 자율 방범대' 다.

여성자율방범대는 매일 오후 3시30분부터 5시까지 창경초등.백운중.선덕고 등 인근 8개 초.중.고교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이웃사촌간인 이들이 방범대를 조직한 것은 반상회 등 주부모임에서 매번 학교주변 폭력이 근심사로 떠올랐기 때문. "중1인 아들이 하교길에 불량배 2명에게 끌려가 돈을 빼앗기고 돌아온 뒤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는 박영선 (朴映宣.40) 씨의 고백은 대원 전체의 심정이기도 하다.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 는 마음으로 몇몇 주부들이 97년 말부터 하교시간에 학교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엄마들의 동참이 늘어나자 서울 북부경찰서 노해파출소 소속 여성 자율방범대로 지난해 10월 정식 출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여성 자율방범대원들은 3~4명이 한조가 돼 매일 학교 주변 으슥한 골목을 돌며 초.중.고생을 상대로 한 금품갈취.패싸움.집단 따돌림 등의 폭력을 예방한다.

웬만한 학교 주변 폭력은 현장에서 타일러 잘못을 깨닫게 하지만 심각한 경우는 경찰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정식으로 신고한다.

그동안 여성 자율방범대는 여고 앞에서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놀라게 하던 변태 성노출증 환자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는가 하면 모르는 남자에게 끌려가던 초등학생을 구출하기도 했다.

공원에서 친구 한명을 괴롭히던 여고생들에게 "아줌마들이 왜 이런 일을 한다고 생각하느냐" 고 설득해 돌려보냈다.

이들의 활약으로 불량배가 눈에 띄게 줄자 인근 신원트윈스 볼링장에서는 무전기까지 기증하며 "볼링장도 순찰해 달라" 고 부탁해오기도 했다.

아이 학교 보내기에 훨씬 마음이 놓인 주민들은 순찰 중인 대원들을 만나면 "수고한다" 며 붕어빵이나 어묵 등을 사주기도 한다.

창경초등학교 홍종완 (洪鍾完) 교장도 "밖에서 엄마들이 지켜주니 아이들을 하교시키면서 마음이 놓인다" 며 고마워했다. "엄마들 덕분에 학교앞 깡패들이 없어졌다" 는 김태영 (金泰永.백운중3) 군은 "학원에서 돌아오는 오후 10시에도 순찰을 해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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