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나누기' 노동계 향방가늠 최대현안으로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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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가 올 노동계의 향방을 좌우할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일자리 나누기의 효과는 이미 시행 중인 유럽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 또 노동계와 재계간에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 재계 반발 = 재계는 반대한다. 임금삭감 없는 단축에는 더 결사적이다.

노사 자율에 의한 일자리 나누기는 검토할 수 있지만 법제화를 통한 일률적 강제는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실제 근로시간이 법정 근로시간보다 많으며▶총인건비가 정액 급여의 두배에 달하는 특이한 인건비 구조 때문에 단축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법정 근로시간은 44시간이지만 실제 근로시간은 98년 평균 45.9시간 (노동부) 으로 초과분 1.9시간에 대해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법정 근로시간이 40시간으로 줄면 그만큼 더 지출, 경영부담이 가중된다는 주장이다.

◇ 노동계 요구 = 노동계는 "사회연대적 실업대책이자 고용안정을 동반한 구조조정 방향" 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를 실업 해법으로 내세우며 노사정위 복귀도 이와 연계하고 있다.

대부분 임금삭감에는 반대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리해고 중단만 보장된다면 어느 정도 임금삭감을 감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사정 세 주체가 임금삭감분을 함께 분담하는 절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며 정부의 '고통 분담론' 에 동의했다.

◇ 외국 사례 = 프랑스는 국가 주도로 82년 주당 40시간제를 39시간으로 줄였다.

지난해 5월에는 2000년 1월부터 임금삭감 없이 주당 35시간제로 전환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고용을 유지하고 신규 고용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

독일은 프랑스와 달리 산업별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했다.

대표적 사례로 폴크스바겐사는 93년 10만명의 종업원 중 3만명을 감원할 예정이었으나 임금삭감 15%와 주 4일 근무제를 노조와 합의, 4년간 고용을 보장했다.

이런 노력에 불구하고 프랑스.독일의 실업은 꾸준히 증가, 지난 1월 현재 각각 11%를 기록하고 있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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