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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운영 대행업, 美황금시장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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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급식에서 학생 훈육까지 학교 운영을 대신해주는 사업이 미국의 새로운 황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립 학교는 물론이고 방만한 운영으로 재정난에 처한 공립학교도 최근 민간 기업에 교육 서비스를 의뢰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이 담당하는 분야도 스쿨 버스.급식 등 단순 서비스에서 교육 프로그램 개발.교재 발행.시설물 관리.보충 수업.부설 유치원 운영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학생 10명중 4명꼴로 민간 운송회사가 운영하는 스쿨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고 있으며 3백만명의 학생이 학교 체육관벽에 붙은 학교 운영 업체의 광고를 보면서 수업을 받고 있다.

교육 전문 컨설팅 회사인 에듀벤처스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기업의 학교 운영은 전체 학교 운영의 23%이상으로 급성장, 6백4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 관련 사업은 미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와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한 교육 전문잡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기업의 80%가 3년내에 교육 산업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나리지 유니버스. 자체적인 교육 센터까지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는 설립 2년만에 1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볼티모어의 실벤 런닝 시스템스는 5년전 볼티모어의 6개 학교에서 수학.독서 보충 수업을 수주하면서 사업을 시작, 현재는 1백34개 학교에서 학생 평가 컨설팅.교육 과정 개발.전문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들이 학교 운영에 참여하면서 기업 경영 마인드를 도입,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어 운영을 위탁하는 학교가 늘고 있는 추세다.

플로리다주의 휴스턴 초등학교의 경우 민간기업에 버스 운영을 맡긴 결과 50만달러의 예산 절감 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영리를 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공공 교육을 해치고 있다는 교사와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뉴 멕시코에 위치한 산타페 공립 학교의 경우 기업에 급식을 맡기자 인스턴트 식품이 너무 많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미 교사협회는 "급식분야의 경우 학생들의 영양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영리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고 비난했다. 교사들은 특히 이윤만을 앞세운 기업 문화가 은연중에 학교에 스며들고 있으며 교육 내용이 부실해 질 우려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업계는 "기업은 경직된 교원노조보다 학생들의 불만을 더 빨리 수용할 수 있다" 고 반박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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