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사문제 정면대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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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노총의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 탈퇴로 우려하던 상황이 결국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한국노총도 26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노사정위 조건부 탈퇴를 선언할 움직임이어서 노사정위는 출범 13개월만에 좌초 위기에 빠지고 대립과 갈등의 소모적인 노사관계가 재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파국은 할 수만 있다면 막아야 한다는 데서 이 길만이 유일한 선택이었는가에 노사정 3자의 진지한 고민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사실 노사간의 평화란 어느 나라건 실업률이 급증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선 유지가 어려운 법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이 노사정위를 만들고 드문 노사안정을, 그것도 환란 속에서 지켜 왔다는 점을 세계가 주목했던 것이다.

국민도 노사정위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사회적 합의기구로서 합의정신을 존중해 좋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 왔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깨지고 민주노총은 이미 상반기 중 기업 및 공기업 구조조정을 완료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맞서 '3, 4월 총력투쟁' 을 선언해 놓고 있다.

여기에 기아.현대자동차 노조도 정리해고 중단을 내걸며 대 (對) 정부 경고용 파업을 예고, 올봄은 최대의 노사분쟁이 예상되고 있다.

구조조정에는 어차피 큰 어려움이 따르지만 경제회생의 해법이 달리 없다는 데서 선진국도 기업구조조정은 기업의 결정에 맡겨두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정부도 치러야 할 시련이라면 정공법적 대응태세가 필요하다.

노사문제는 기업현장에서 당사자 해결의 원칙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노조 달래기에 연연할 필요가 없으며 불법행위엔 철저한 공권력을 행사하고 동시에 경영자들에게도 정리해고 등에 앞서 법이 정한 회피노력을 준수토록 감시해야 할 것이다.

올봄 노사불안이 경제회복을 더디게 할 개연성은 크나 그렇다고 노사불안이 몰고올 경제의 타격에 과잉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갈등은 외면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드러내놓고 수술을 하는 게 정도 (正道) 다.

그것이 길게 보면 노사관계를 제대로 정립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노사의 건설적 타협의 산물이 아닌, 정부나 정치권에 의한 미봉의 결과가 우리 노사 양 당사자를 그릇된 길로 끌어온 예는 많다.

그렇다고 노사정 3자가 손을 놓아선 안된다.

우선 민주노총은 노사정합의의 틀을 벗어나온 데 대한 국민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경제가 가라앉고 국민이 외면해선 노동계도 기댈 데가 없다.

정부도 노사정합의의 나머지 미해결 부분에 대해 성실한 이행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노사갈등의 원천이 사회적 갈등에서 출발한다는 데서 특히 환란 이후 심화된 양극화현상에 주의해 부실기업의 과감한 퇴출, 세제개혁 등을 통한 갈등의 완화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노동계의 이른바 '고통전담'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민주노총 등을 노사정위로 복귀시키는 지름길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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