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 토막 난 자민당 파벌들 존폐 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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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 총선 패배로 자민당 내 파벌들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중견·신진 의원들의 잇따른 낙선으로 각 파벌은 반 토막이 난 상태다. 한때는 100명이 넘는 의원을 확보하며 일본 정치를 호령했던 최대 계파 마치무라(町村)파는 사실상 쪼그라들었다. 파벌 세력이 크게 약화되거나 일부는 사실상 괴멸하면서 과거와 같은 파벌 조직력은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마치무라파의 회장인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전 관방장관과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야마사키파 회장) 전 부총재,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이부키파 회장) 등 파벌 영수 3명이 지역구에서 패배했다. 자민당의 대표적인 대북 대화론자인 야마사키는 민주당 후보에게 큰 표 차로 져 비례대표마저 낙선해 10선에 실패했다. 마치무라와 이부키는 비례대표로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당내에서는 “더 이상 지역구 출신이 파벌 회장을 하는 시대가 아니다”란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최대 파벌 마치무라파는 전직 의원 중 60%가 낙선했다. 두 번째 파벌인 쓰시마(津島)파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쓰시마 유지(津島雄二) 회장이 중의원 해산 직전에 은퇴한 데다 사사카와 다카시(笹川尭) 총무회장,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전 방위상 등 간부진이 대거 낙선했다. 니카이(二階)파에선 회장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경제산업상이 유일한 당선자다.

자민당은 28일 총재 선거를 치를 예정이지만, 예전처럼 파벌 단위로 후보자를 세울 수 없는 지경이다. 고가(古賀)파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선거대책 부위원장은 “이제 우리 당 중의원 의원이 119명으로 줄었다. 파벌별로 입장을 정하거나 영수회담을 열어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관례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며 화려했던 자민당 파벌시대의 종언을 예고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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