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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국산·수입차 가격 차이 이젠 10% 안팎으로 좁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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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수입자동차와 국산자동차 경쟁 차종의 가격 차이가 10% 안팎으로 좁혀졌다. 이렇다 보니 수입차는 비싸서 쳐다도 보지 못하고 국산차를 애용하던 고객들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입차는 몇 년 전만 해도 국산차보다 보통 20~30% 이상 비쌌다. 그러나 수입업체들은 국내시장에 뿌리내리기 위해 값을 계속 내렸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고급 수입차에 대응한다는 전략으로 값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실제로 벤츠코리아가 지난달 31일 내놓은 신형 E클래스 가격은 구형보다 300만∼500만원 정도 싸졌다. 가장 많이 팔린 E300 엘레강스는 현대차 제네시스 고객을 겨냥하고 있다. 제네시스 보급형 가격은 6000만원 정도라 사실상 독일 고급 세단과 국산차 가격 차이가 사라진 셈이다. <그래픽 참조>

이달 19일 출시될 폴크스바겐 골프도 쏘나타 고객을 겨냥했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2.0L 디젤에 편의장치를 더 달았지만 가격은 기존 모델과 비슷한 3390만원에 묶었다. 이 회사의 방실 마케팅 부장은 “기존 골프 고객 상당수가 쏘나타 등 중형차를 타다가 견실한 준중형 수입차로 넘어왔다”며 “신형 골프의 단단한 차체 강성과 좋은 연비로 쏘나타 고객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월에 출시될 포드의 야심작인 토러스는 3900만원대 가격으로 그랜저와 제네시스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 3.5L 엔진을 달고 운전석에 마사지 기능을 달았다. 포드코리아 한봉석 이사는 “실내외 인테리어가 감성적으로 바뀐 데다 차체도 커 3.3L 제네시스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다음 달 한국에 진출하는 도요타 브랜드다. 그랜저2.7L과 신형 쏘나타 고급형과 경쟁할 2.4L 캠리 가격이 3500만원 전후로 국산차와 10% 차이에 불과하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3.5L 엔진 이상의 성능을 내지만 가격은 4000만원대로 묶었다.

이런 추세에 따라 국내 자동차업계도 맞대응하고 있다.

승용차 시장의 85%를 점유한 현대·기아차가 발벗고 나섰다. 원래 현대·기아차가 수입차 고객을 타깃으로 정한 것은 지난해 어코드가 약진하면서다. 어코드는 2008년 7월 무려 1103대를 팔았다. 혼다코리아 전국 매장이 9개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동급 현대차 그랜저는 같은 기간 6334대를 팔았다. 현대차 판매점은 800개가 넘는다. 당시 혼다 CR-V도 꾸준히 월 300∼400대가 팔렸다. 80% 이상이 싼타페 구입을 고려한 고객이었다.

올해는 엔화 강세로 어코드·CR-V 가격이 전년 대비 15% 이상 올라 월 평균 판매대수가 200∼300대로 급감했다. 하지만 다시 원화 강세로 돌아설 경우 4000만원 안팎의 수입차 시장은 국산차와 가격차가 거의 없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수입차 시장점유율 크게 늘어날 듯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올해 신차를 내놓으면서 고급 내장재에 성능을 높여 수입차 고객을 겨냥했다. 대신 가격은 평균 10∼15% 올렸다.

투싼ix는 수입차를 목표로 했다. 임종헌 현대차 국내 마케팅실장은 “혼다 CR-V와 닛산 로그 등 수입차를 능가하는 편의장치와 성능을 확보했다”며 “국산차에는 경쟁자가 없어 동급 수입차 고객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싼ix는 기존 4단을 6단 자동변속기로 향상시켰고 유로Ⅴ 기준을 맞춘 2.0L 디젤을 달았다. 엔진 성능은 수입차를 통틀어 동급 최고다.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최고 15% 올랐다. 소비자가 선호할 LMX20 프리미엄은 무려 2700만원으로 수입차인 로그(2990만원) 가격과 비슷하다. 수입차는 딜러마다 평균 5% 정도 할인이 기본이라 이럴 경우 로그 가격이 더 싸진다. 수입차에는 관세를 포함해 국산차보다 평균 15%의 세금이 더 붙는다. 현대차가 9일 내놓을 신형 쏘나타도 기존 모델보다 200만∼300만원 올랐다.

심정택(자동차 평론가)씨는 “현대·기아차의 독점이 심화되면서 신차 가격이 매년 10% 이상 오른다”며 “2, 3년 내 유럽·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고 환율이 회복되면 국산차와 값이 비슷해진 수입차는 국내 시장의 15∼20%를 잠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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