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인 조직력 세계가 놀랐다…8일째 시위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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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오잘란 체포에 항의하는 쿠르드인들의 봉기가 유럽과 중동 등 세계 20여개국에서 계속되고 있다.

16일부터 시작된 시위는 1주일을 넘긴 23일에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단순한 '나라없는 한 (恨)' 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현상이다.

그래서 쿠르드인들의 신속한 대응과 조직력, 광범위한 정보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적인 예가 오잘란 체포 무렵의 상황이다.

쿠르드노동자당 (PKK) 모스크바 지부는 터키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인 16일 오전 3시 이같은 사실을 알았다.

이 소식은 즉각 러시아 국내는 물론 유럽과 중동.북미에 전해졌다.

신속한 정보전달 체계로 인해 쿠르드인들은 곧바로 각국의 그리스.케냐 공관 등으로 몰려가 점거할 수 있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 빈 주재 그리스대사관에는 16일 오전 5시 30명의 쿠르드 '전사' 가 밀어닥쳤다.

경비는 비무장 상태인 2~3명뿐. 대사와 가족들은 항거도 못한 채 인질로 잡혔다.

모스크바의 마크히르 발라트 PKK 대변인은 "우리는 체포사실을 안 즉시 위성방송과 인터넷.휴대폰을 이용해 유럽 전역에 소식을 전했다" 고 밝혔다.

그는 또 "각 지역에서 사전 계획된 시스템에 따라 시위를 준비했다" 고 덧붙였다.

쿠르드인들은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위성방송 메드TV를 소유, 유럽과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 쿠르드어 방송을 하고 있다.

여기에 9개 라디오방송국도 갖고 있다.

이들은 쿠르드어는 물론 영어와 프랑스어.독일어.터키어 등 5개 국어로 제공되는 쿠르드 인터넷 웹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PKK 간부인 알리 (43) 는 "하루만에 10만명까지 동원할 수 있다" 고 호언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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