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1주년 국민과의 대화]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1일 오후 7시 SBS 등촌동 공개홀에서 시작된 김대중 대통령과의 대화는 간간이 폭소가 터지는 가운데 1시간45분 동안 진행됐다.

이날 공동 사회는 97년 대선때 후보 토론회 사회를 본 정치학박사 정범구씨와 여성 MC인 김연주씨가 맡았다.

시작에 앞서 사진기자를 위한 리허설 도중 한 패널리스트가 탁자 위의 마이크를 떨어뜨려 강한 파열음이 터지는 바람에 경호원과 방송관계자들이 한때 긴장. 질문에 참여한 런던과 뉴욕의 교포들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게 아니냐" 고 우려를 표명.

○…金대통령은 본격 질문에 앞서 사회자로부터 "가장 기억에 남는 설 연휴는 언제였느냐" 는 질문을 받고 "82년 청주교도소에 수감돼 있을 때" 라고 답변. 金대통령은 "당시 집사람과 세아들이 교도소에 면회왔지만 직접 못보고 면회소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얘기했다" 며 "큰 아들이 마루에 엎드려 세배를 하고 그 모습을 본 아내는 울어버렸다" 고 회고.

金대통령은 "그때 단시를 지었다" 며 "아내야 서러워 마라, 이 자식들이 있지 않소" 라고 즉석에서 읊은 뒤 "그때는 죄수였고 지금은 대통령이 돼있으니 인생과 운명은 참 기구한 것" 이라고 한마디.

○…金대통령은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경제회복을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 는 전자상가 테크노마트 상인의 지적에 대해 '아랫목 윗목론' 으로 설명. 金대통령은 "우리 경기의 현실은 차디찬 방에 아궁이로 불을 붙이는데 아랫목에선 약간 훈기를 느끼지만 윗목은 여전히 찬 것과 같다" 고 비유하고 "경기가 더 좋아지면 윗목에도 자연히 훈기가 갈 것" 이라고 말했다.

또 사회자가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 라면을 먹은 적이 있는가" 라고 묻자 金대통령은 "청와대는 물론이고 해외 여행 가서도 밤에 라면을 끓여 먹었다" 고 털어놓고 "하지만 라면을 먹으면 살찐다고 집사람이 야단을 쳐 눈치가 보여 못먹고 있다" 고 말해 폭소.

방청석에 앉아 있던 여대생 박소영양이 "남태평양 무인도에 간다면 세가지 가져갈 것이 뭐냐" 고 묻자 사회자는 "조금 색다른 질문" 이라고 언급. 그러자 金대통령은 "조금 색다른 게 아니라 여간 색다르다" 고 조크, 폭소를 유도한 뒤 "부부일체니 아내와 함께 갈텐데 실업문제.부정부패.지역감정을 송두리째 가져가면 우리 국민이 행복하게 살지 않을까 한다" 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金대통령은 건강문제에 대한 질문에 "1주일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30살 건강은 아니라도 중년 건강은 된다고 했다. 국사를 담당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고 설명.

○…金대통령은 맺음말을 통해 "임기중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의 주인공이 되는 나라가 되도록 만들겠다" 며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여러분과 같이 가면 이 나라가 성공할 것" 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金대통령은 출연료 30만원중 세금을 뺀 실수령액 28만3천5백원을 결식아동 성금으로 기탁.

김진국.이하경.전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