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1주년 국민과의 대화 일문일답 주요내용](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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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소기업 지원

- (김진호.중소기업인) 대통령은 중소.벤처기업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 의지를 표명했지만 일선 은행과 행정창구는 대통령 의지와 거리가 멀다.

"절실한 질문이다. 중소기업 금융문제는 조금 나아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대출 통계상 대기업은 6조원이 줄고 중소기업은 5조원이 늘었다. 과거는 거꾸로였다. 내가 청와대에서 직접 지시하고 매일 각 은행에서 중소기업 대출.무역자금의 일일보고를 받았다. 은행장이 창구에 나가도록 독려했다. 많은 게 달라진 게 사실이다.

꺾기도 보통이었는데 여론조사 결과 75% 이상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간은 중소기업 신용이 충분치 못하다는 이유로 잘 안됐다. 조사를 철저히 해 좋은 기업에 주는 게 아니라 주로 부동산 담보로 준 때문이다. 그러다가 부동산가격이 폭락, 부실 은행이 된 것이다. 은행도 크게 반성해야 한다.

신용조사 기법을 철저히 하는 대출제도를 강력히 밀고 나가고 있다.

올해에는 잘 될 것이다. 현재 은행금리가 역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30%까지 갔던 콜금리와 3년만기 회사채금리를 중소기업이 12, 13%로 쓰고 있다. 10% 미만으로 쓰도록 노력하겠다. 중소기업 육성에 전력할 것이고 지난해보다 진보.개량된 정책을 펼 것이다."

◇구조조정과 재벌개혁

- (김영배상무.경총) 노조와 근로자들의 반발과 저항에 부닥쳐 사실상 무늬만 구조조정이 될 가능성이 있다.

(노총 관계자) 구조조정과 빅딜 과정에서 실직자들이 대량 발생했는데 대책은.

"경총서 얘기한 정리해고 문제는 원칙적으로 기업이 정리해고의 자유를 가져야 한다. 노사정 합의에 의해 법으로 결정돼 있다. 다만 남용하지 않고 사전에 노조와 합의해 꼭 필요한 범위내에서 하도록 돼있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선 두가지가 중요하다. 마른 수건을 짜 물을 짜내듯 경영을 합리화해야 한다. 두번짼 불가피할 때 정리해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 그리고 노총에서 말한 노동자들의 고충에 십분 공감하는 입장이다. 나도 일생을 노동자 위해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나 노동자만 희생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노동자뿐 아니라 금융구조조정으로 5개 은행을 없애는 등 금융계에서도 희생했다. 주식 가진 사람들은 주식이 휴지가 돼 태워버린 예도 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30대 재벌중 11개 재벌이 사실상 해체됐다. 5대 재벌도 다섯가지 조건, 즉 경영의 투명성.상호지보 금지.경영 견실화.오너들의 법적 책임.주력기업 중심의 경쟁력 있는 기업체제 확립을 정부가 요구해 법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5대 기업들도 기업을 내놔 팔고 있다.

빅딜과정에서 어느 반도체 회사는 눈물을 흘리며 내놨다. 또 정부는 공공기업에서도 많은 부서를 줄이고 인원을 감축시키고 있다. 그래서 고통을 모두가 분담하고 있다. 이 점에서 정부는 양심의 가책없이 하고 있다.

민노총은 언제든 합법화하려 한다. 이번에도 지난해 3월에 구속된 사람을 석방한다. 정부는 기업과 노동자의 중립자 입장에서 공정한 중재자로 노력하겠다.

- (변창배.중소기업가) 재벌개혁 문제는 역대정권에서도 출범 초기에 얘기했으나 성취해본 적이 없는데 대통령 의지는.

"그 문제와 관련해 홍콩잡지가 우리나라 경제개혁이 성공했는데 김대중이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라 했다. 기업들 팔 비틀며 협박해 재벌개혁했다고 썼다. 물론 나는 팔을 비튼 적은 없다. (웃음)

국내에선 절실히 못 느끼나 해외에선 기업구조조정을 강력히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재벌을 상대로 한 다섯가지 약속만 해도 그렇다. 재벌의 투명성을 강조하다 보니 주총을 앞두고 각 대기업이 난리다. 소액주주가 권리행사를 하고 있다.

옛날에는 없던 것이다. 재벌들이 서로 은행빚 보증하는 것도 이제 못한다.

세번째로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견실화하고 내부자거래를 못하게 해 적발되면 과징금 물린다. 공정위가 은행계좌를 뒤져 하도록 법도 고쳤다.

네번째로 재벌그룹 회장들은 과거 법적 등록을 안해 책임을 안지나 이젠 모두 등록해 민.형사상 책임도 진다.

마지막으로 문어발 기업도 정부는 채권자인 은행을 통해 규제한다.

정부는 특정재벌을 미워하지 않으나 비호하지도 않는다.

1년만 더 봐달라. 재벌개혁을 더 철저히 하는지, 않는지. 대기업이 우대받고 중소기업이 소외받는 과거의 관행은 이 땅에서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없을 것이라는 걸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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