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권력지향성 풍자·비판-'세라노 사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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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문제 작가' 안드레 세라노의 사진전이 열린다. 지난해 9월 조각가 앤서니 카로 전을 마지막으로 레스토랑 '공사' 에 들어간 국제화랑 (02 - 735 - 8449) 의 올해 첫 전시다.

세라노 (49) 는 89년 자신의 소변 속에 십자가상을 담궈 찍은 '피스 크라이스트 (Piss Christ)' 라는 작품으로 '신성모독' 여부를 놓고 미국 미술계와 의회 사이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인물.

과거 국립예술기금 (NEA) 의 재정 후원을 받아 순회전을 열었던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와 함께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외설.신성모독적인 작품을 국가 기금으로 후원하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며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95년 호주 빅토리아국립미술관 전시때는 '피스 크라이스트' 가 두차례나 피습당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이번에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그의 작품 24점 중에 이 작품은 없지만, 십자가상 대신 교황 석고상을 사용한 '피스 포프 (Piss Pope)' 2점이 포함돼 있다.

세라노는 포스트모던 계열의 대표급 작가로 84년부터 '피와 정액' , 'KKK' , '유목민' 등의 연작을 통해 종교가 갖는 권력성과 소수집단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에 저항하는 사진을 일관되게 보여왔다.

이러한 작품경향에는 복잡한 성장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쿠바계 어머니와 온두라스 출신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브루클린의 이탈리아인 동네에서 자란 그는 스스로 '마이너리티' 로서 자연스레 '주변부' 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모태신앙을 가졌던 점이 오히려 종교에 대한 비판의식의 바탕이 됐다고 한다.

그는 "교회의 종교적 상징물이 인간성을 최소화함으로써 성 (聖) 과 속 (俗) 의 거리를 멀게 하기 때문" 에 성물 (聖物) 과 체액을 의도적으로 결합했다고 설명한다.

사진을 찍으면서 동시에 일종의 '퍼포먼스' 효과를 내는 그의 태도는 "나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사진을 매개로 한 설치미술가" 라는 발언과도 맞닿는 지점이다.

또 "소변은 84년부터 시도하던 피와 우유에 이은 '제 3의 색' (적색.백색.황색) 이며 강력한 시각적 효과를 지니는 생생한 색깔" 이라는 그의 관점에서 일부 평자들은 살바도르 달리와 영화감독 루이 브뉘엘의 초현실주의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번에 4점이 전시되는 최근작 '성 (性) 의 역사' 는 고전적인 초상화를 연상케 하는 화면에 누드및 신체 특정 부위가 클로즈업된 강렬한 느낌의 작품. '피에타' '익명의 그리스도' 등은 종교적 제목을 달았지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 작품들이다.

3월6일 오후2시에는 수원대 신혜경 교수의 '현대 사진의 위상과 안드레 세라노의 작품세계' 강연이 마련돼 있다. 다음달 25일까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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