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대담 - 국민연금 확대 어찌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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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민연금 확대 실시 (도시 자영자 및 종업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1천47만명 추가)에 당사자들의 불만이 증폭되면서 확대 실시 연기론까지 나오는 등 '뜨거운 감자' 로 떠올랐다.

찬반 입장을 가진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의 직격토론을 중계한다.

▶안 = 예정대로 4월에 전국민 연금을 실시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IMF 이후 소득이 크게 줄어 보험료를 부담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고 소득을 재분배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해도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사자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으므로 실시를 몇년간 연기하는 것이 타당하다.

▶김 = 세계 어느 나라든 국민연금을 시작할 때 가입자들이 찬성한 적은 없다.

연금제도를 일찍 도입한 나라 국민도 노후에 연금을 탈 때 비로소 고마움을 느끼고 '연금이 효자' 라는 말을 하고 있다.

따라서 여론조사를 통해 실시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난센스이고 국가지도자가 미래를 바라보고 이끌어가야 할 문제다.

▶안 = 자영자들은 대부분 자기소득을 낮춰 신고하기 때문에 자영자에게 국민연금을 확대할 경우 사업장 가입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실제 국내 3백60만 자영자 가운데 소득자료가 없는 사람이 60%를 넘는다.

이번에도 평균소득보다 40% 이상 낮춰 신고할 가능성이 크다.

▶김 = 자영자 소득파악 문제가 연기론의 전제라면 1~3년 연기해도 묘안은 없다.

국세청이 50년간 국세행정을 펴면서도 자영자의 소득 파악을 거의 못하고 있는데 연금공단에서 몇년 안에 이를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 = 신고납부제 도입 등 세정개혁이 진행 중에 있으므로 몇년 후에는 자영자의 소득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방식으로 국민연금을 자영자에게 확대한 나라는 미국.스웨덴이 전부다.

▶김 = 자영자의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으면 사업장 가입자가 손해라는 논리는 수용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지금 세대 입장에서 보면 한쪽이 이익보면 다른 쪽이 손해보는 제로섬이 아니고 모두 이익을 보는 포지티브 (positive) 제로섬의 제도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대 가입자는 저소득자든 고소득자든 자신이 부담하는 보험료보다 연금을 2~6배 더 받도록 설계돼 있다.

▶안 = 최저소득계층은 6배 이익을 보는데 비해 최고소득계층은 2배만 이익을 보는 등 상대적인 차이는 있다.

따라서 자영자 대다수가 최저소득계층으로 소득을 신고할 경우 사업장 근로자의 수익률이 예를 들어 5배에서 4배로 떨어질 수 있다.

▶김 = 만약 내가 자영자가 된다면 소득을 낮춰 신고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민간의 어떤 금융상품보다 수익률이 높고 절대액으로는 고소득 신고자가 더 많은 이익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안 = 그러나 수익률 측면에서 본다면 소득을 낮춰 신고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자영자가 소득신고를 제대로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김 = 정치권에서 거론하고 있는 임의가입제도는 사회보험 원리상 있을 수 없는 발상이다.

국민연금이 강제 (의무)가입을 배제하면 민간보험과 다를 바 없다.

당장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중.장년층만 가입하고 젊은 사람은 가입하지 않아 연금재정이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안 = 임의가입제 자체는 반대한다.

그러나 워낙 시간적으로 촉박하므로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자는 가입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현 연금 구조자체를 2원화하는 방안도 있다.

즉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한 기초연금과 저축기능이 큰 소득비례연금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이 안은 세계은행과 국민연금제도개선 기획단이 적극 권유했으나 보건복지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 언론에서 신고불편.잘못된 신고소득권장액 등 지엽적인 문제를 지나치게 보도한 것도 문제다.

가입률이 낮아져도 국민연금 재정에는 영향이 없다.

그러나 가입을 하지 않은 자영자는 스스로 노후 안전장치를 제거한 셈이므로 피해는 결국 당사자에게 갈 것이다.

정리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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