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권력구조 달라지나]국민회의·자민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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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

김대중 대통령의 '2인자 그룹' 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3월 부분개각 및 재.보선→5월 국민회의 전당대회→하반기 총선대비체제로 이어지는 정치의 계절이 기다리는 만큼 그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것은 당연하다.

'2인자' 를 특히 용인하지 않던 金대통령이지만 이들의 활발한 정치행보에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는 듯하다.

일각에선 전국정당 구상 등을 이유로 들기도 하는데, 어쨌든 특이한 양상이다.

金대통령은 지난 4일 노무현 (盧武鉉) 부총재가 청와대 면담때 "PK지역에서 제가 차세대 주자라고 얘기하고 다니겠다" 고 이해를 요청했을 때 흔쾌히 OK를 했다.

2인자 그룹사람들은 부산.경남 지역의 특수성과 관련된 얘기라고 치부하면서도 이런 문답이 한결 자신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있음을 인정한다.

金대통령과의 관계나 비중으로 보아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역시 권노갑 전 부총재다.

3월 중순 여의도에 30여명의 교수들을 비상근 멤버로 재단법인 정경연구소를 내기로 했다.

귀국후 두달만에 당내 인사는 물론 김종필 (金鍾泌) 총리와 김중권 비서실장.이종찬 국정원장 등 권력 실세들을 두루 만나 여권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權전부총재는 동서화합을 외치며 대영남지역 활동에 분주한 한화갑 (韓和甲) 원내총무와 함께 이른바 동교동계 가신 출신으로 'DJ 메신저' 역할에 충실할 듯하다.

5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노리는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김영배.김상현 의원, 이만섭 상임고문 등은 각각 미국 방문, 광범위한 소속 의원 접촉, 회고록 출간 등 전에 없는 발빠른 모습을 보여준다.

당 밖에선 이종찬 국정원장과 이수성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인제 전 경기지사가 정중동 (靜中動) 의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은 정치활동을 자제하고 있지만 '화려한 데뷔' 를 준비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이수성 전 총리는 사석에서 "기회가 오면 피하지 않겠다" 며 주변을 다지고 있다.

4월 중순 미국에서 귀국할 예정인 이인제 전 국민신당 대통령후보는 "자리에 연연하진 않겠지만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전력투구하겠다" 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중이다.

김중권 비서실장은 대구.경북 지역의 '여권 뿌리내리기' 에 드러나진 않지만 가장 밀도있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金대통령의 신임 등에 미루어 언제고 '전면' 에도 나설 수 있는 존재다.

한광옥 민화협 대표는 전국 강연과 금강산행 선상토론 주최 등으로 인지도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전영기.윤창희 기자

◇ 자민련

자민련은 내각제 개헌시 초대 총리와 대통령 중 선택권을 갖게 돼 있다 (97년 대선후보 단일화 합의문) .이 때문에 2인자 그룹내 암중모색도 치열하다.

김종필 총리는 이런 역학관계를 활용, 박태준 (朴泰俊) 총재와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에게 번갈아 힘을 실어주는 용병술을 구사한다.

강성 (强性) 의 金수석부총재에게는 "지금 잘하고 있다.

우리가 몇 굽이를 넘어왔느냐" 고 하다가 "朴총재 중심으로 단결하자" 고도 한다.

金수석부총재의 '2월 25일 이전 담판' 요구에 "그렇게 급히 처리하느냐" 고 질책하면서도 "당이 강하게 나가면 당명에 따르겠다" 고도 한다.

金수석부총재는 'JP 이후' 의 내각제 총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진다.

10여명의 대전.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계보형성설까지 나왔다.

朴총재는 "공동여당의 선량한 관리자" 라는 그의 말대로 2여 (與) 간의 채널역할을 고수할 전망. 여권내 TK (대구.경북) 대표성,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로 미뤄 어떤 개편구도에서도 한 축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철언 (朴哲彦) 부총재는 '국민회의+자민련+한나라당 이탈세력' 의 3자 대연합을 주창, 정계의 지각변동시 위상제고를 노린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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