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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도 체계적 대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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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달 20일 일본 도쿄(東京)의 수은주는 39.5도까지 치솟아 일본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중국 상하이(上海)는 지난달 25일 39.6까지 올라 60년 만의 폭염을 기록했다. 도쿄의 폭염은 최근까지도 계속돼 7월 6일부터 8월 13일까지 30도 이상 일수가 무려 39일간 지속되는 신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도 일 최고기온인 40도 기록을 경신하지는 않았지만 지난달 30일 밀양의 낮 최고기온이 38.5도까지 올랐고 지난 10일 서울은 36.2도까지 상승해 기상청 예보대로 '10년 만의 폭염'이 현실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한.중국.일본 등 동북아 전역에 걸쳐 폭염이 발생한 것은 강력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했기 때문이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티베트 지역의 고기압, 서태평양 지역의 고기압, 인도양 해수면 온도의 변화 등으로 기상학자마다 설명이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추세의 지속이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는 인식이 같다. 기상이변이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현상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고 있다. 이제 무더위는 다소 누그러질 전망이지만 앞으로 또 닥칠 기상이변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여름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폭염'을 제도적.시스템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는 폭염이 재난의 개념에 포함돼 있지 않다. 다행히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10년 만의 폭염에 대비해 대책을 수립하고 국민행동요령을 만들어 언론을 통해 적극 홍보하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한 노력을 강구해 왔다. 이제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방안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둘째, 연중 기상이변에 대비한 프로그램을 수립, 실천해야 한다. 발생 가능성은 작지만 발생시 큰 피해가 올 수 있는 기상재해의 '사각(死角) 영역'을 찾아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기상재해가 계절별로 발생했지만 이제 계절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있는 만큼 '때 이른' 또는 '때늦은' 기상이변 현상에 대비해야 한다. 여름철 늦더위, 가을철 태풍과 집중호우, 겨울철 때 이른 추위 등이 그 예다.

셋째, 위기시 대응 및 행동요령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아무리 기상재해 대비 매뉴얼이 잘 갖추어져 있다 해도 위기시 활용을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중앙정부 중심의 훈련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학교.기업별로 훈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영상물이나 안내책자 등을 통한 홍보도 필요하다. 특히 국민 스스로도 위기시 대응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평소에 기상정보에 귀기울이고 위기시 대응요령 등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선진국과의 기상 예보기술과 기상재해 저감기술의 격차를 조속히 좁혀나가야 한다. 국내 대기과학 기술의 종합적인 수준은 선진국 대비 약 10년의 격차가 있다. 이미 연초에 미국 국무부의 비밀보고서에서 보았듯이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고 앞으로는 기상재해 예방 및 제어기술 보유가 선진국.강대국의 기본 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악기상 예측기술, 인공강우 기술, 호우 억제기술, 첨단 방재 및 건축기술 향상을 위한 연구와 기술개발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기상이변 패턴을 보면 100년 만의 폭설, 초속 60m의 최대 순간 풍속, 게릴라성 집중호우 등 그 규모나 피해 정도가 더욱 확대일로에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 평균기온이 0.6도 상승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1.5도 오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급격한 경제성장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구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바로 우리 인류가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기상재해 피해 경감정책을 조화롭게 추진해 나간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갈 수 있을 것이다.

정예모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