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사태 초읽기]발칸 화약고 터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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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코소보 사태를 둘러싼 서방의 공습 여부가 마지막 초읽기에 들어갔다.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는 평화협상 시한인 20일 낮 12시 (한국시간 오후 8시) 까지 유고연방이 최종 타협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거듭 천명했다.

그러나 유고연방측은 조금도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연방 대통령은 미국측 중재자 크리스토퍼 힐 특사의 면담요청마저 거부한 채 "폭격을 받더라도 코소보를 포기하지 않겠다" 고 맞섰다.

발칸반도엔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 공습준비 = 미 국무부는 19일 "코소보 평화협상 결렬시 20일 곧바로 공습이 감행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유럽소식통들도 회담시한 종료 후 48시간 내에 세르비아 군사목표물을 공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레이더 추적을 받지 않는 스텔스 전폭기 12대와 B - 52 폭격기 6대, KC - 135 공중급유기 6대 등 항공기 50여대를 이번 주말부터 다음주 초까지 이탈리아와 영국 등지에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한 미 군함 엔터프라이즈호와 잠수함.함정들은 현재 지중해에서 에게해로 이동중에 있다.

공습에 투입될 수 있는 NATO 항공기는 미 전투기 2백20대를 포함해 총 4백30대로 NATO의 화력은 이미 수립된 제한적 군사행동계획을 수행하기에 충분하다.

미 국방부 전략가들은 1차 공격목표는 세르비아 방공 미사일 부대와 레이더 기지 및 지휘통제본부 등이며 2차 목표물은 비행장.군수창고.전차부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유고 군사력 = 유고연방의 군사력도 만만치 않다.

유고는 현재 11만4천명의 정규병력과 40만명의 예비병력이 있다.

NATO 공습에 대비한 방공망으로 볼 때도 유고는 러시아제 미그전투기 79대, 소련제 지대공미사일.대공포 등 냉전시대의 유산으로 상당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잠수함과 프리깃함을 앞세워 전투에 대비하고 있다.

유고는 80년대까지 세계 무기수출국 중 12위에 올라 있던 군사강국으로 보스니아 내전후 정교한 방공망을 구축, NATO의 공습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영토의 많은 부분이 산악지형인데다 보스니아 내전을 겪은 군사경험도 갖춰 공습만으로는 완전제압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 세계 각국 입장 = 유고에 대한 무력행동을 줄곧 반대해온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19일에도 성명을 내고 "유고측이 동의하지 않는 한 유고내 NATO병력 배치도, 공습도 있을 수 없다" 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하지만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빌 클린턴 미대통령과의 회담후 "유고는 전쟁보다 지혜의 길을 선택해야 할 것" 이라며 NATO 공습에 무게를 실어준데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밀로셰비치는 환상에 빠져선 안된다" 고 경고하는 등 서방의 입장은 어느 때보다 강경하다.

지난해 10월 공습을 코앞에 두고 서방의 제안을 수용, 위기를 넘긴 밀로셰비치 유고연방 대통령의 외줄타기에 세계의 이목이 몰려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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