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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5곳중 4곳 올 임금 동결.삭감'-노동부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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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해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97년에 비해 10%나 떨어지는 등 80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반전함에 따라 올 봄 임금 및 단체협상 (임단협) 을 앞두고 임금인상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에도 5개 기업체중 4곳이 임금을 동결 또는 삭감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돼 노동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18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종업원 1백인 이상 사업장 5천1백56개의 노사간 협약임금은 평균 2.7% 떨어져 97년의 인상률이 4.3%인 점을 감안하면 7% 감소했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 (7.9%) 을 감안할 때 실질임금은 97년 대비 10%나 하락했다.

이는 노동부가 80년부터 임금인상률을 조사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1백인 이상 사업장의 84.5% (4천3백57개소)가 임금을 동결하거나 하향 조정했으며 15.5% (7백99개소) 만이 임금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에게 실제 지급한 명목임금은 2.9% 줄어 전년 평균 대비 9.9% 낮아졌다.

노동부는 "IMF체제 이후 기업의 경영난과 고용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임단협 교섭의 쟁점이 기존의 임금인상 문제에서 고용문제로 전환한데 따른 현상" 이라고 풀이했다.

노동계는 올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 지난해 양보한 임금삭감분을 원상회복시킬 것과 함께 임금인상을 올해 임단협의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노총은 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로 잡아 통상임금 기준 5.5% 인상을 제시하고 6월부터 총력투쟁에 들어갈 방침이다.

노동부가 1백인 이상 사업장 5백84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69%가 올해에도 임금을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답한 기업도 10%에 달했으며 임금을 인상할 계획인 기업은 20%에 불과했다.

한편 임금 하락에 따라 임금비용의 국제경쟁력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96년 일본.미국의 각각 38%와 59% 수준이던 시간당 7.5달러의 임금은 98년 상반기 4.3달러로 떨어져 일본의 29%와 미국의 32% 수준이 됐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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