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1년] 1.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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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金大中.DJ) 대통령의 집권 1년은 역대 어느 대통령의 1년보다 길고 힘든 기간이었다.

金대통령 본인의 표현대로 '천신만고 끝에 인수한 곳간' 은 환란 (換亂) 으로 텅 비어 있었다.

1백61석의 거대 야당이 버티고 있는 국회를 비롯해 취약한 정치적 기반을 다지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공동집권 파트너 (자민련) 와 손발을 맞춰야 하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취임 1년 (25일) 을 앞둔 지금, 경제회생을 위한 정지작업은 이뤄진듯 하다.

숨가쁘게 내달렸던 금융 및 대기업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화, 외화유치 전략 등 경제개혁 조치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경제개혁의 성과는 원칙에 입각, 일관되게 정책을 밀어 붙이는 金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없었으면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정치개혁에 관한한 아직도 제대로 된 첫 발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의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고, 경제개혁을 휘몰아쳤던 DJ의 '카리스마적 리더십' 이 정치권에서 만큼은 생각대로 먹히질 않았다" 고 토로했다.

현재 여야관계는 서로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대결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회의.자민련간의 '금년말까지 내각제 개헌' 약속도 아직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잠복 이슈로 머물러 있다.

지역감정 문제는 갈수록 첨예화하는 양상이다.

애써 만든 노사정 합의틀도 민노총 등의 탈퇴위협으로 붕괴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개혁도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태다.

따라서 여권내에서는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힘든 1년이 될 것" 이라고 말한다. 집권 2차년이 金대통령의 5년 임기중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金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정치.경제.사회분야의 공과 (功過) 를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시리즈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번째 여야간 정권교체라는 상황속에서 정치권은 1년 내내 소용돌이쳤다.

야당이 된 한나라당은 김종필 (金鍾泌) 총리 인준문제부터 비틀기 시작했다.

金총리는 정권출범 반년이 지나서야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아 '서리 (署理)' 꼬리를 뗄 수 있었다.

"인위적 정계개편은 않겠다" 던 여당은 결국 야당의원 영입을 통해 여소야대 (與小野大) 를 여대야소로 만들었다.

이런 과정속에 판문점 총격요청 의혹사건 (銃風).국세청 대선자금 모금 의혹사건 (稅風) 과 정치권 사정 (司正) 의 회오리가 1년 내내 야당을 뒤흔들었다.

급기야 야당은 지난해말 '국회 529호실 사태' 로 안기부 (현재 국가정보원) 의 정치사찰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장외투쟁이란 극한의 길을 택했다.

이에 여당은 지난달 '3일연속 법안변칙 처리' 를 강행했고, 한나라당은 장외집회로 응수했다.

이 과정에서 급부상한 지역감정 시비가 정국을 초강경 대치상태로 몰아 넣었다.

여야 지도부간의 상호불신.감정대립 해소를 위해서는 金대통령과 李총재가 '당장 아무 조건없이 만나야 한다' 는 처방이 제시되고 있다.

내각제 개헌문제도 조속히 정리돼야 할 사안이다.

여야 정권교체를 가능케 한 것은 DJP후보 단일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97년 '정당협약 (후보단일화 합의문)' 은 공동집권 뒤 양측이 국정에 같이 참여하고 올해 말까지 내각제 개헌을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정 공동참여 약속은 이뤄졌으나 개헌부분은 IMF행 (行) 이라는 상황변화, 불안정한 정치상황 등을 이유로 청와대.국민회의측에서 조정을 원하고 있다.

최종 결정은 'DJP 무릎대화' 에서 내려질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정권 수뇌부 사이의 원천적 갈등요인이 해소되지 않은 점을 불안해하고 있다.

두 지도자의 공개적이고도 솔직한 대화와 정치력으로 정국불안 요소를 걷어내야 한다.

소수연합 정권의 취약한 권력기반을 메운 것은 金대통령 자신의 '준비된 능력' 이었다.

정치권을 뛰어 넘는 대중적 지도력과 국민과의 직접 대화가 재계빅딜.노사정 합의.당정혼선.여야갈등을 헤쳐 나가는 힘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金대통령이 국정 전면에 나섬으로써 파생하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없으면 국정이 제대로 안돌아가는 비정상적 풍토가 생겨났다.

집권당인 국민회의가 '권한대행체제' 속에 오로지 대통령의 지침만을 기다린다는 비판이 제기된지 오래다.

당정간 의사소통도 원활치 못해 주요정책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자주 나타났다.

시스템 문제를 빚는 또 다른 요인으로 대통령 앞에서 "아니다" 고 말할 수 있는 장관이나 참모진이 별로 없다는 점도 제기된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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