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남녀 메이저, 아마 최고대회 우승 … 한국인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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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피에는 골프 유전자(DNA)가 흐르는가. LPGA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허미정이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US아마추어 골프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안병훈. 그는 한·중 ‘핑퐁스타’ 안재형-자오즈민의 아들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노스 플레인스·털사 AP·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여자골퍼들을 미국에 수입하자. 마치 탁구나 육상 선수를 외국에서 수입했듯이 말이다.”

“또 하나의 LPGA 대회, 또 한 명의 한국인 챔피언.”

미국의 ESPN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네티즌의 글이다. 한국의 남녀 프로골퍼들이 PGA투어와 LPGA투어에서 잇따라 우승하자 온라인을 통해 쏟아진 반응이다. 해외 언론과 네티즌은 올해 양용은(테일러메이드)과 지은희(휠라코리아)가 각각 남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자 한국 선수들의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코리안들이 몰려온다’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31일엔 한국의 아마추어 골퍼 안병훈(18)과 LPGA투어의 새내기 허미정(20·엘로드)이 각각 승전보를 보내왔다. 전날 전미정(진로재팬)이 일본여자골프(JLPGA)투어 요넥스 골프토너먼트에서 우승한 것까지 포함하면 이틀 새 미국과 일본에서 열린 3개 대회를 한국의 남녀 골퍼들이 싹쓸이한 셈이다.

◆안병훈, 메이저 출전권 획득=안병훈은 이날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 골프장(파70)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결승전에서 스탠퍼드 대학생 벤 마틴(21)을 7홀 차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17세11개월인 안병훈은 이날 우승으로 지난해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19·한국 이름 이진명)가 세웠던 18세1개월의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로 109회째를 맞는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한국 국적의 선수가 우승한 것은 안병훈이 처음. US아마추어 챔피언십은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아널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을 배출한 최고 권위의 아마추어 대회다.

우즈는 1994년 당시 최연소(18세)로 우승한 뒤 96년까지 이 대회를 3연패하면서 스타로 떠올랐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뒤 아마추어 신분을 유지할 경우 4개 메이저 대회 가운데 PGA챔피언십을 제외한 US오픈과 브리티시 오픈, 마스터스 출전권을 준다.

탁구 스타 안재형(44)-자오즈민(46) 부부의 외아들인 안병훈은 “우승할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마스터스와 브리티시 오픈에 출전하게 돼서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양용은이 PGA챔피언십에서 역사적인 우승을 거뒀는데 또 다른 한국인이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이상할 게 없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소후닷컴에 글을 올린 한 중국 네티즌은 (엄마가 중국인이라는 뜻에서) “중국의 외손(外孫)이 큰일을 해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LPGA투어의 새내기인 허미정은 이날 미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의 펌킨리지 골프장(파72·6546야드)에서 열린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연장 두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부터 2년간 국가대표를 지낸 뒤 2008년 프로로 전향했던 허미정은 키 1m76㎝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는 기대주.

◆허미정 "올해 신인왕 목표”=허미정은 특히 마지막 날 보기 없이 7언더파(이글 1, 버디 5개)를 몰아친 끝에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미셸 레드먼(미국)등과 동타(합계 13언더파)를 이룬 뒤 플레이오프 끝에 정상에 올랐다. 국산 골프클럽(코오롱 엘로드+매트릭스 오직 샤프트)을 사용해 우승을 차지한 허미정은 “연장전을 벌였지만 전혀 떨리지 않았다. 올해 신인왕이 목표인데 신지애 언니가 너무 잘해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골퍼들은 올해 LPGA투어에서 7승을 거뒀다. 88년 구옥희가 LPGA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이제까지 한국 선수가 LPGA투어에서 거둔 승수는 모두 80승이나 된다.

정제원·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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