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2군 출신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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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K-리그에서 2군 출신 선수들의 돌풍이 거세다.

울산 현대의 중앙수비수 이원재(23)는 지난달 30일 열린 FC 서울전에서 공수에 걸쳐 맹활약했다. 공격에서는 헤딩 결승골을 뽑아냈다. 수비에서는 경고누적으로 빠진 유경렬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며 무실점 수비를 지휘했다.

포항의 공격수 유창현(24)은 8월 26일 서울과의 피스컵코리아 준결승 2차전에서 두 골을 연속으로 몰아쳐 5-2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강수일(22)은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의 첨병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K-리그 2군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라는 점이다.

이원재는 포항 시절인 2007년 2군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유창현은 2008년 득점왕, 강수일 같은 해 MVP로 뽑혔다. 성남에서 주전 공격수로 자리 잡은 한동원(23)과 대전의 수비수 김한섭(27)도 2군 출신이다.

최근 K-리그에 2군 출신 선수들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2군 리그가 그만큼 튼튼해졌음을 뜻한다. 이근호(24·2006년 2군 MVP)가 2007년 대구 소속으로 맹활약(10골·3어시스트)하기 전까지만 해도 2군 출신은 1군에서 살아남기 어려웠다.

김호 전 대전 감독은 “2군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다가 2군의 소중함을 느낀 다음부터 달라졌다”며 “경기 경험이 많아지니 가능성 있는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한 것”이라고 변화 이유를 설명했다.

과거 2군에는 기량이나 체력이 떨어지는 선수들, 팀에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는 신인 드래프트 뒷순위 선수들이 주로 뛰었다. 또 은퇴를 준비하는 선수들이 거쳐 가는 징검다리에 불과했다. 김석현 인천 유나이티드 부단장은 “각 구단이 2군 리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상적으로 운영한 것은 2005년부터다. 2군 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군 출신 선수들의 맹활약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석현 부단장은 “각 팀 2군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좋은 선수가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1군에서 2군 출신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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