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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스타 (21) 방송인 이다 도시 『Smile Agai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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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책은 ‘상상력의 제한이 없는 극장’과 같다”고 말하는 방송인 이다 도시. 평소 소설을 즐겨 읽는 그는 특히『다빈치 코드』처럼 역사와 상상력이 결합된 팩션을 좋아한다고 했다. [김도훈 인턴기자]

프랑스 영화 ‘제8요일’(1996)을 기억하시나요. 성공은 했지만 바쁘게만 사느라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던 주인공 아리(다니엘 오테이유)와 순수한 영혼을 가진 다운증후군 환자 조지(파스켈 뒤켄). 그들이 풀밭에 누워 ‘1분간 하늘 바라보기’를 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잠시 모든 걸 멈추고 그 순간의 느낌, 그 순간의 행복감을 음미하는 거죠.

『Smile Again』(김경한 외 지금, 좋은생각 펴냄)도 그런 책이에요. 부제가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순간들 99’인데, 한 장씩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제목처럼 입가에 미소를 머금지 않을 수가 없는 책이랍니다. 가족·친구·순간·풍경 등 네 분야에 걸쳐 인생의 행복한 순간 99가지를 담은 포토에세이에요.

이 책은 2년 전쯤 선물 받아 그때부터 쭉 제 침대 곁을 떠나지 않는 애독서 중 한 권이에요. 가끔 아이들한테도 읽어주죠. 제 인생철학과 정확히 통한다 싶었거든요.

여러분은 언제, 무엇에서 행복을 느끼시나요. 사회적 성공도 중요하지만 그걸 위해 쉴 새 없이 내달리다보면 순간의 행복을 놓치는 건 잠깐이죠. 까르르 웃는 아이의 해맑은 웃음, 저녁 무렵 빨갛게 물든 노을처럼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우리 주변에서 행복을 찾기란 어렵지 않을 거에요. 여기 실린 사진들은 프로 작가가 찍은 게 아니라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담아낸 것이랍니다. 그래서 더 소박하고 정겹죠. 여름철 마당에 놓인 고무대야 안에서 물장구치는 아이들을 찍은 ‘미운 오리 새끼들’을 보며 프랑스에서 남동생, 여동생과 보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생각하는 콩이’는 먼저 결혼한 여동생이 낳은 갓난아이를 언니가 찍어준 건데, 아이 키워본 엄마라면 아이가 잠결에 씨익 웃는 모습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했던 경험 해보셨을 거에요. 행복을 상자에 담아 봉해 간직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은 이렇게 사진과 글로 남겨놓아 두고두고 떠올릴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항상 웃을 수 있었던 것만은 아니에요. 가족 얘기가 나오는 대목에선 몇 번이고 눈물이 흐르기도 했죠. 이혼이라는 아픈 경험 탓이겠죠. 그래서인지 ‘Smile Again’이라는 책 제목이 더욱 남다르게 다가와요. 다시 활짝 웃을 수 있는 날이 제게도 꼭 오리라 믿으면서요.

최근엔 책을 많이 읽지 못했지만 평소에 소설을 즐겨 읽어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는 첫 장을 펴는 순간부터 정신없이 빠져들어서 단숨에 다 읽어버린 책이에요. 그 후에 영화 ‘향수’를 봤는데, 역시 영화가 책을 당해낼 순 없더군요. 책은 ‘상상력의 제한이 없는 극장’인 것 같아요. 머릿 속에서 그리던 세계는 눈으로 확인했을 때보다 훨씬 더 감흥이 크고 깊으니까요.

정리=기선민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책 읽는 스타’가 책 100권을 보내드립니다. 캠페인 전용사이트(joins.yes24.com)에 사연을 올려주시면 이 중 매주 한 곳을 골라 책을 증정합니다. 이번 주에는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명진보육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지미씨에게 책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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