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전경련 '오너클럽'간판 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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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확 달라진다. 원로 (元老) 오너 모임인 회장단에 비 (非) 오너인 공기업과 여성기업인.중견기업인 대표를 새로 포함시키는가 하면 '친목단체' 에서 탈피, 정책을 선도하는 종합 두뇌집단 (싱크탱크) 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밖에도 근로자.시민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협력기금을 조성하고 '고용안정특별위원회' 를 구성키로 했다.

국제화에도 앞장서 한.중.일 3국 민간 차원의 경제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정부 당국과의 협조를 거쳐 오는 2002년까지 3국을 포괄하는 자유무역지대협정 체결도 추진할 계획이다. 전경련은 10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전경련 5개년 계획인 'FKI 비전 2003년'과 기업윤리강령 개정안 등을 내놓았다.

◇ 달라지는 회장단 = 이용태 (李龍兌) 삼보컴퓨터 회장과 장영신 (張英信) 애경그룹 회장.유상부 (劉常夫) 포철 회장을 새로 회장단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들은 각각 중견기업.여성경제인 및 공기업 대표. 종전 회장단이 주로 대기업 오너 중심으로 구성된 것과 비교하면 훨씬 폭이 넓어진 셈이다.

대신 김선홍 (金善弘) 전 기아.최원석 (崔元碩) 전 동아.김중원 (金重源) 한일그룹 회장은 회장단에서 물러난다. 회장단은 20명 그대로지만, 전경련은 앞으로 금융과 외국기업 및 업종 대표도 회장단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애경 장영신 (63) 회장은 경영 일선에 뛰어든지 29년만에 애경유지를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키운 대표적인 여성 경제인. 그러나 집에서는 직접 비누로 손세탁을 할 만큼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유상부 (57) 포철회장 겸 철강협회장은 현역을 떠난 지 5년만에 지난해 회장으로 컴백한 포철 창업공신. 80년대 광양제철소 건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로 회장 취임후 수출.판매 조직을 분리하는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 지난해 순익만 1조원을 올리는 세계 최강의 철강회사로 키워가고 있다.

삼보 창업자인 이용태 (66) 회장은 지난 80년 컴퓨터만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출발했지만 벤처정신을 발휘, 세계적인 컴퓨터메이커로 회사를 일궈낸 주인공.

◇ 전경련 개편 = 기업 개혁.경제 회생.전경련 개혁 등 3대 과제를 골자로 한 이 계획은 ▶기업구조조정 등 기업 자율개혁 ▶사회협력기금 조성 등 기업의 사회 공헌 ▶대기업 신뢰 제고 ▶아시아 경협 강화 ▶전경련 개혁 등 총 7개항 16개 과제로 구성돼 있다.

우선 2000년 초반까지 한.일.중 3국 중심의 민간 차원의 동북아 경제협력체제를 구축, 경제위기 탈출 방안과 역내 교역.투자 촉진 및 자본.금융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경련.중국 궁상롄 (工商聯).일본 게이단렌 (經團連) 등 3국 민간경제단체가 공동으로 올해안에 '한.중.일 기업 간담회' 를 여는데 이어 내년에는 민간 차원의 '한.중.일 경제협의체' 창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오는 5월 서울에서 3개 단체와 베트남 및 동남아경제연합 (ASEAN) 민간경제단체장들의 모임인 '아시아 이웃회의' 에서 한.중.일 기업간담회 창설을 위한 회의를 갖기로 했다.

또 한.중.일 3국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내년까지 3국 연구기관이 주축이 돼 협정의 경제적 효과 및 세부내용 등에 대한 공동연구를 완료하고 정부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오는 2002년까지 자유무역지대협정 체결도 추진할 방침이다.

◇ 기업의 사회 공언 제고 및 이미지 개선 = 인재 육성과 실업자.소외계층의 자활.자립 등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교육원' 을 설립하는 한편 사회협력기금을 조성할 방침이다.

또 ▶경제계 공동 홍보체제 구축 ▶기업인 박물관 건립 추진 ▶시민단체 등을 망라한 여의도경제사회포럼 창설 등 기업인 이미지 개선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윤리성 제고를 위해 정경유착 탈피와 경영 투명성 강화 등을 기존 전경련 기업윤리헌장에 추가하기로 했다.

◇ 기업개혁 및 경제회생 =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대기업 선도은행 및 국제금융센터 설립 ▶민관 규제개혁 협력체제 구축 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특히 노사관계 개선을 위해 '무쟁의 및 임금 고용 연계 대타협선언' 을 추진하고 경제회생 노사공동대책기구를 구성, 운영할 방침이다. 고용난 타개를 위해 '고용안정특별위원회' 를 구성, 향후 실업률을 3% 수준으로 억제하는 방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 조직 개편 = 친목단체에서 탈피, 정책제언집단으로 변신하기 위해 현재 4백20명 수준의 회원을 2003년까지 6백명 선으로 늘리기로 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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