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문명 신호 감지위해 美 2004년까지 감지소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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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해 개봉된 영화 '콘택트' 처럼 외계인의 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버클리대.외계문명탐사연구소 (SETI) 는 최근 외계문명의 신호를 감지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의 래슨산 정상에 오는 2004년까지 5백~1천개의 소형 전파망원경을 설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버클리대 천체 전파연구소 레오 블리츠 소장은 "이 망원경은 태양계부터 우주의 끝까지 지상의 라디오방송같은 단일 주파신호나 반복되는 펄스 (파동) 신호를 포착하게 될 것" 이라며 "외계신호 탐색 역사에 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밝혔다.

이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는 설치면적이 약 1㏊라는 이유로 '1hT' 로 명명됐다.

소요비용은 2천5백만달러 가량. 1hT가 완성되면 태양계와 비슷한 주위 항성 1천개를 대상으로 신호발생을 탐색한 뒤 은하계내 1백만개의 항성으로 범위가 확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공상과학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소설을 영화화한 '콘택트' (contact=접촉) 의 줄거리와 상당히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에선 여류과학자 앨리 (조디 포스터 역)가 '베가성 (직녀성)' 에서 은하계를 넘나드는 운송수단 설계도가 담긴 신호를 수신한 뒤 웜홀을 통해 26광년 밖의 베가성으로 환상적인 여행을 한다.

이 영화는 특히 지난해 버클리대가 미 행성학회.파라마운트영화사와 공동으로 컴퓨터를 통해 외계인의 전파를 수신하는 프로젝트 'SETI@home' 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와 주목을 받았었다.

SETI@home은 프로젝트 가입자들이 소유한 컴퓨터가 인터넷을 통해 버클리대 'SERENDIP (외계라디오전파 수신작업)' 센터와 연결돼 외계로부터 전파를 수신받게 될 경우 자동적으로 버클리대로 연락되도록 한 것.

미 행성협회의 수전 랜드로스 대변인은 "프로젝트 가입자중 누구의 컴퓨터에 외계인의 소리가 포착될지 모른다. 컴퓨터에 외계전파가 수신되면 버클리대가 컴퓨터의 주인을 찾아준다" 고 말했다.

외계신호 탐색작업은 60년대부터 미 우주항공국 (NASA) 이 벌여왔지만 경제적 이유로 현재는 UC버클리.하버드대.SETI 등만이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0개의 전파망원경이 설치돼 있지만 성과는 없는 상태다.

영화 '콘택트' 는 은하계의 수많은 별 가운데 인간과 같은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가정 아래 만들어졌다.

이번 계획은 인류가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직접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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