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장.교수 손잡고 교내 전통식품 공장 '200억 매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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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북 칠곡의 경북과학대 (전 동국전문대)가 개교한 93년 3월 어느 날 당시 이 대학 이영상 (李永尙.59.여) 학장은 정용진 (鄭容震.37) 겸임교수를 만나자 불쑥 "감식초를 연구하지 않겠느냐" 는 말을 건넸다.

시골의 신설 전문대를 불과 6년 만에 국내외 발효식품업계의 샛별로 키운 두 사람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설립자인 정하상 (鄭夏相.66.동국철강 대표) 재단이사장의 부인으로 93~97년 학장을 지내고 현재는 문화재관리과 교수로 있는 李씨는 "학교특성화 차원에서 전통식품의 현대화.국제화에 매달렸다" 고 말했다.

당시 鄭교수는 경남 밀양에서 가업인 양조장을 운영하면서 영남대 대학원에서 술을 연구하던 중 이 대학 약용식품과 겸임교수로 임용된 상황. 94년 신설된 전통발효식품과 전임교수로 임용된 鄭교수는 승용차로 한시간 거리인 대구 집에도 1~2주일에 한번 가고 3년간 연구한 결과 감식초 제조기간을 7개월~1년에서 10일로 단축시키는 효모 (균주) 를 발견, 96년 영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李전학장은 鄭교수가 연간 연구비로 요구한 5천만원의 2배인 1억원을 지급하고 95년에는 鄭교수에게 농가주택을 마련해줬다.

손님이 오면 鄭교수가 연구 중인 감식초에 물.설탕을 타서 대접하는 등 전폭 지원했다.

李전학장과 鄭교수는 강의실.연구소.자체 부설공장을 연결시켜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타깃교육' 을 위해 鄭이사장을 설득, 50억원을 들여 학교 부지에 감식초.감식초음료수 (감식초화이버) 등을 생산하는 2천1백평 규모의 공장을 세웠다.

감식초를 음료로 마신다는 개념이 처음 도입된 것으로 생산기계도 鄭교수가 설계해야 했다.

경북과학대는 이와 함께 9개의 특허를 갖고 있으며 감식초화이버.인삼감식초.무취마늘환 등 30여종의 새로운 전통식품을 개발했다.

지난해는 ㈜롯데 등을 통해 61억원의 국내 매출을 올렸으며 미국.프랑스 국제식품박람회에도 참가, 미국업체에 23만달러어치의 인삼감식초.감식초화이버 등을 수출한 데 이어 유럽 12개국의 24개 업체와 수출협상 중이다.

올해는 강원도 태백시가 연구비 1억5천만원에 경북과학대 졸업생 2명을 특채하는 조건으로 감자식초상품 개발 및 생산공장 설립을 요청했다.

또 해태에 30만병 (3억~4억원) 을 납품키로 했고 독일 등 외국업체의 수입요청이 쇄도, 올해 매출액이 2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鄭교수는 "마늘에서 냄새를 없앤 무취마늘환으로 일본.대만시장을 공략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李전학장은 "학교를 발효식품의 메카로 만들고 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꿈" 이라며 "학교사업은 포장.디자인.전산.유통 등 다른 학과의 발전도 유도하는 등 부대효과가 크다" 고 강조했다.

칠곡 =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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