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조선 중기 최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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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 조각 동녘땅 달은

응당 고국에도 밝게 비추이리라

몇 해나 객이 되었던가

좋은 절기에도 매양 근심뿐

눈이 개니 온통 숲이 맑아

구름은 골짝에 일고

봄바람에 술은 푸르도다

혼자 술잔 기울이며

내 정을 맡기나니

-조선 중기 최북 (崔北.1724~1773)

김홍도가 처음 찾아갔던 화단의 스승이 최북이었다.

그를 사람들은 최산수 (崔山水) 라 했다.

그는 속취분분한 관리가 청하는 그림을 그리지 않고 그 자신의 한쪽 눈을 찔러 애꾸가 됐다.

금강산 구룡연에 가서 몸을 던져 자살하는 것을 동행이 건져냈다.

천하의 최북이 천하의 금강에서 죽어 마땅하다고 했던가.

그는 광화사 (狂畵師) 였고, 그래서 즉흥의 시와 시조를 지었다.

여기 시 한 편은 그가 청나라에 가는 도중 소현세자 볼모 때를 생각하며 부른 애가다.

웬만큼 시.서.화가 하나이던 시절이었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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