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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뼈, 진실 혹은 거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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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17개월 된 아기의 손을 잡고 걸음마를 도와주고 있다.

아장아장, 뒤뚱뒤뚱. 기어 다니던 내 아이가 첫발을 내딛는 순간 부모에겐 환희와 경이로움이 교차한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불안정한 모습으로 달리는 시늉도 한다. 부모는 대견한 눈으로 지켜보지만 때론 어색해 보여 ‘혹시 병이 아닐까?’란 걱정을 하며 병원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부모의 걱정은 대부분 성장기 어린이의 걸음걸이를 제대로 몰라서 발생한다. 반대로 ‘아이니까…’라며 병적인 걸음을 나이 들어 큰 수술을 받아야 할 때까지 방치하는 부모도 있다. 바른 걸음걸이를 위해 부모가 익혀야 할 건강 상식을 점검해 본다.

글=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사진=신인섭 기자

태어날 땐 O자, 두 돌 전 1자, 네 돌 전 X자

어린이 다리 모양은 성장과 더불어 변한다.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조태준 교수는 “태어날 땐 누구나 O자 모양의 다리 모양을 하다가 차츰 ‘저절로’ 펴져 두 돌이 되기 전 일자 모양이 된다. 이후 1∼2년간, 즉 서너 돌 된 아이는 오히려 X자형의 다리 모양을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걸음마를 막 시작한 15개월 아이의 다리 모양은 O자가 정상이다. 반면 세 돌 된 아이라면 X자 모양이 정상인 것.

조 교수는 “간혹 두 돌 된 아이가 O자형 다리를, 네 살 된 아이가 X자형 다리 모양을 교정한다며 보조구를 착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이를 ‘괴롭히는’ 조치”라고 강조한다.

단 아이가 심한 비만으로 무릎 안쪽에 체중이 실리면서 O자형이 악화되는 ‘유아경골 내반증’이 동반될 경우엔 체중 감량을 시켜야 한다. 이런 현상은 부모 욕심에 무리해서 걸음마를 시작해 초래되기도 한다.

또 6개월 이후에도 모유만 먹여 영양결핍성 구루병에 걸린 환자도 O자형 다리가 될 수 있다. 이때는 구루병 자체를 치료하는 게 급선무다.

세 돌 미만은 모두 평발로 보여

육상 천재 칼 루이스, 산소탱크 박지성 선수. 스포츠 스타인 두 사람 모두 평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평발은 군대에 안 간다’는 믿음도 오해다.

실제 어린이 다섯 명 중 한 명은 평발이다. 특히 영·유아기 땐 발바닥의 인대가 느슨해 누구나 평발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때 아이의 발을 공중에 놓고 보면 아치가 생기는 걸 관찰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세 돌 미만 어린이는 정상적으로 평발로 보이며 다섯 살 미만의 평발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들려준다. 간혹 보조기나 운동법 등으로 평발을 교정하려는 부모가 있는데 모두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효과도 없다는 것.

의학적으로 뇌성마비 등으로 아킬레스건이 뻣뻣하거나 아치가 내려앉아 수술을 받아야 하는 평발도 있는데, 전체 평발 환자의 3% 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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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다리뼈 어긋난 경우 출생 18개월 내 교정을

부모들이 걸음걸이 이상으로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이유는 안짱걸음이다. 걸을 때 발이 안쪽으로 돌아가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무릎과 무릎, 혹은 발끝이 부딪쳐 잘 넘어진다.

가장 흔한 원인은 허벅지뼈(대퇴골)가 앞쪽으로 뒤틀린 경우. O자형 다리와 함께 정강이뼈(경골)가 안으로 돌아가도 안짱걸음을 걷는다. 안짱걸음은 자라면서 제 모습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8세 이후에도 교정되지 않을 땐 ‘수술’로 뒤틀린 뼈를 바로잡아 줘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발 자체가 안쪽으로 돌아간 중족골 내전증은 깁스로 대부분 교정되며 간혹 3∼4세 이후에도 교정되지 않아 안짱걸음을 할 땐 수술로 교정해 줘야 한다.

모든 경우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걸음 이상은 발달성 고관절 탈구증이다. 엉덩이뼈와 다리뼈가 태어날 때부터 어긋나는 병인데 6개월 이내에 발견하면 보조구 착용으로 쉽게 교정된다. 증상은 기저귀 찰 때 한쪽 다리가 잘 안 벌어지는 게 특징. 만일 이 시기를 놓쳤다면 걸으면서 절거나 이상한 걸음을 한다. 6~18개월 때 치료하면 어긋난 뼈를 바로잡아 주는 시술과 함께 석고 고정·보조기 착용 등으로 완치된다. 하지만 이 시기를 넘겨 유치원생 이후에 저는 정도가 심하다면 이미 뼈가 많이 변형돼 반드시 수술로 교정해야 한다.

바른 걸음걸이 위해 큰 기저귀, 무릎 꿇기 피해야

첫걸음부터 예쁘게 디디게 하려면 기저귀부터 제대로 채워야 한다. 큰 사이즈를 채울 경우, 허벅지 사이가 뜨면서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진다.

앉기 시작하면 바닥보다 의자에 앉도록 권할 것.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문재호 교수는 “바른 걸음을 원한다면 무릎 꿇기를 절대 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릎 꿇기를 잘하는 이웃나라 일본인들의 걸음걸이가 대표적인 예다.

비만도 바른 걸음을 방해한다. 따라서 자라면서 키와 몸무게가 늘 정상 범위에 있도록 식습관을 조절하자. 의자에 앉아 있을 땐 틈틈이 다리를 쭉 뻗은 상태에서 10초씩 있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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