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특위가 밝힌 PCS 시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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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인휴대통신 (PCS) 특혜 드라마는 결말을 쉽게 알 수 있는 세종류의 시나리오에 의해 연출됐다.

국회 청문회 특위가 추적.재구성한 PCS 인허가 특혜과정은 권력 핵심부의 사전 각본 냄새가 짙게 풍긴다.

◇ 장관경질 = PCS 인허가 과정엔 3명의 장관이 등장한다.

94년 당시 윤동윤 (尹東潤) 체신장관은 "새로 시작하는 PCS사업자는 하나로 족하다" 고 발언했다.

尹장관은 그해 12월 교체되고, 후임 경상현 (景商鉉) 정통부장관은 '복수 사업자 허용' 쪽으로 방향을 튼다.

특위위원들은 전임 尹장관이 '단수허가' 에 고집을 부려 경질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후임 景장관도 95년 12월 15일 사업자 허가신청 공고를 낸 뒤 6일만에 전격 경질당하고 이석채 (李錫采) 씨가 부임한다.

이는 LG와 한솔에 인허가를 주기 위한 청와대의 계산이 반영된 전략적 인사 (人事) 라는 게 특위위원들의 견해다.

◇ 심사기준 변경 = 95년 12월 15일 첫 공고때부터 다음해 6월 10일 사업자 확정까지 인허가 심사기준은 여러가지 변화를 거친다.

첫 공고된 심사기준은 2차 출연금 심사에서 경쟁업체간 점수가 같을 경우 '추첨' 에 의해 사업자를 결정토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 기준은 이석채 장관이 부임하면서 백지화된다.

李장관은 96년 1월 5일 확대 경제장관회의에서 "추첨방식으로는 최적격 업체 선정이 어렵고, 대통령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는 견해를 밝힌 뒤 3월 8일 이 조항을 삭제한다.

대신 장비제조업체와 비장비제조업체를 구분하는 새 방침을 내놓는다.

자금력 등에서 다른 대기업에 열세를 보였던 비장비제조업체 한솔PCS를 삼성.현대.LG 등 장비제조업체들로부터 떼어놓아 경쟁을 수월케 하려는 특혜조치라는 게 위원들의 한결같은 지적. 李장관은 5월 23일 '도덕성' 이라는 '모호한' 심사기준을 추가한다.

장비제조업체 분야에서 삼성 - 현대의 컨소시엄 '에버넷' 보다 열세로 평가되던 LG텔레콤을 위한 배려였다는 것이다.

특혜의혹의 하이라이트는 6월 3일부터 시작된 청문심사에 '전무 (全無) 채점방식' 을 도입한 대목. 전무채점방식이란 5개 평가항목에 대해 비교우위 업체엔 만점을 주고 다른 업체는 0점을 주는 평가방식. 7명의 심사위원들이 준 점수 중 최고점과 최저점을 뺀 나머지를 평균으로 계산하려던 종전의 계획이 갑자기 바뀐 것이다.

李장관은 심사위원들에게 "경제력 집중과 기업의 도덕성 문제를 중점 심사해라. 점수를 한 업체에 몰아주는 게 좋겠다" 며 압력을 넣은 것으로 전해진다.

1차 서류심사와 2차 출연금 심사까지 '에버넷' 에 0.37점 뒤져 있던 LG텔레콤은 청문심사에서 2.2점 만점을 받아 0점을 받은 '에버넷' 을 앞서게 된다.

특히 평가항목 중 '향후 발전전망' 과 '차세대 기술관련' 부분은 1차 심사에서 '에버넷' 이 LG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청문심사에서는 결과가 뒤바뀌었다.

청문심사 채점표는 李장관에 의해 2급비밀로 분류되고, 정통부는 6월 10일 LG텔레콤과 한솔PCS를 사업자로 확정한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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