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검찰입장]150억 받았어도 YS처벌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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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제청문회에서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제공했다고 밝힌 1백50억원의 대선자금은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설령 대선자금을 건넨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명재 (李明載) 대검 중수부장은 3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여부는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고발해온 다음에 검토하겠다" 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중수부 소속 검사들이 鄭총회장 발언 직후 법률 검토를 했으나 문제의 돈이 순수한 정치자금이라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 돈이 전달된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뇌물로 확인되지 않는다면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검찰은 전두환 (全斗煥).노태우 전 대통령이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돈과 金전대통령이 한보그룹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의혹이 제기된 돈은 그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全.盧 두 전직 대통령이 받은 돈은 재직중 받은 것으로 뇌물 성격이 강한 반면 金전대통령에게 전달된 의혹이 제기된 돈은 받은 시점이 대통령 후보 시절이어서 특별한 대가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한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개정 이전의 구 정치자금법의 경우 개인에게 대가관계가 없는 순수한 정치자금을 제공한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검찰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정치자금을 수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또 鄭전총회장이 돈을 건넸다는 시점도 YS가 대통령 후보였던 만큼 사법처리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물론 "대통령에 당선되면 잘 봐달라" 는 청탁이 있었다면 포괄적인 대가관계를 인정, 사전수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한보사건때 사전수뢰 혐의로 기소된 문정수 (文正秀) 전 부산시장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선례가 있어 검찰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청문회장의 폭로는 정치권 내의 공방으로 머물다 '찻잔 속의 태풍' 으로 그칠 가능성이 커보인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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