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뉴욕 파인스트리트 70번지, 한국자본 깃발을 꽂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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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호 18면

미국 뉴욕 남부 맨해튼의 랜드마크 건물인 AIG빌딩이 지난 27일 한국 소유가 됐다. 두 달여 전 AIG로부터 단독 인수자로 지명됐던 금호종금컨소시엄은 이날 1억5000만 달러의 인수대금을 모두 지급하고 건물을 인수했다.

원화로 환산한 인수자금 2400억원은 1000억원을 투자한 신협중앙회를 비롯해 우리금융ㆍ금호생명ㆍ금호종금ㆍ한마음저축은행 등 국내 컨소시엄 참여회사들이 마련했다. 이 가격은 2007년을 기준으로 한 이 건물의 땅값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현지 신문인 뉴욕옵서버는 지난달 ‘맨해튼에서 가장 헐값에 팔린 건물 20위’를 선정하며 AIG빌딩 매각을 3위로 올리기도 했다. 싸게 파는 대신 AIG는 앞으로 1년간 이 건물을 1달러의 임대료만 내고 사용한다. 컨소시엄은 이후 사무실과 호텔·주거시설 등으로 건물을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높이 290m, 66층 규모인 AIG빌딩은 월스트리트와 나란히 동서로 뚫려 있는 파인스트리트 70번지에 자리 잡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포함한 남부 맨해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컨소시엄이 함께 인수한 19층짜리 사무용 건물과 함께 금융가의 심장부를 차지하고 있다.

이 빌딩은 미국에서 마천루 건립 붐이 일던 1932년 석유와 가스 재벌인 헨리 도허티가 지었고, 70년 AIG가 사들여 글로벌 본사로 써왔다. 완공 당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이었고, 70년대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들어설 때까지 남부 맨해튼 최고층 건물이었다. 2001년 9·11 테러 뒤 다시 최고층 빌딩의 자리를 되찾았다.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시를 연상케 하는 고딕식 디자인과 돌로 된 외벽이 인상적이다. 현재 뉴욕시에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등에 이어 다섯째로 높은 건물이며 미국 16위, 세계 39위 고층 건물이다.

① 내셔널 웨스트민스터 은행 ② 콘티넨털 보험센터 ③ 드웰 빌딩(JP모건)월스트리트 100번지 ④ AIG 빌딩 ⑤ 바클레이즈은행 빌딩 ⑥ JP모건체이스 빌딩 ⑦ 20 익스체인지 블레이스(씨티그룹 옛 본사) ⑧ 원체이스 맨해튼 플라자 ※ 사진 우측에 뉴욕 증권거래소와 HSBC빌딩, 뱅커스트러스트 빌딩, 뱅크오브뉴욕 빌딩 등이 잇따라 있다.

AIG빌딩을 한국 자본이 사들이면서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한국 부동산을 외국에 팔기만 하던 시대는 끝이 났다. 금호종금은 뉴욕 등에서 추가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 등 다른 국내 자본도 미국 건물 매입에 관심이 많다.
주식에 편중된 해외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부족한 해외 정보망과 골라 사는 노하우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 AIG 빌딩 매각 주간사인 CBRE 제공
글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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