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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제왕 머독, 유럽축구 TV 중계권 독식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누가 머독 좀 말려줘요. " 유럽에 머독 경계령이 내려졌다.

이탈리아 내각은 지난 1일 하나의 유료채널이 단독으로 프로축구 전체 경기의 60% 이상 중계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새 독점방지법안을 마련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지가 보도했다.

이는 순전히 호주 출신의 미국 미디어 제왕 루퍼트 머독 (67) 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법안이다.

위인설법 (爲人設法) 인 셈이다.

머독이 이탈리아 축구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 '뉴스코퍼레이션 유럽' 을 설립하면서 부터다.

머독은 이를 통해 이탈리아 유료채널인 스트림사의 지분 80%를 인수한 뒤 본격적으로 속셈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리그인 '세리에 아 (Serie A)' 의 중계권을 몽땅 구입하겠다고 나선 것. 머독은 지난달 25일 여러 유료채널이 나눠 갖고 있는 1999~2005년 시즌의 이탈리아 프로축구 중계권을 모두 15억파운드 (약 3조원)에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머독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 지는 분명하다.

'축구광들의 대륙' 유럽을 독점중계권과 구단인수를 통해 평정하는 것이다.

이미 머독이 회장으로 있는 뉴스코퍼레이션은 3개의 채널을 가진 비스카이비 (BSkyB) 로 영국 유료채널업계를 장악한 상태. 지난해에는 7억2천3백만파운드 (약 1조4천5백억원) 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리그의 5년간 중계권을 확보했다.

게다가 지난해 10월부터 6억2천3백만파운드 (약 1조2천4백억원) 의 가격으로 영국 최강의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를 추진 중이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의 다른 구단에도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머독의 추진력은 정평이 나 있다.

불가사리같은 머독의 침투를 막기 위해 법안까지 손대는 나라는 이탈리아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영국 하원은 경쟁신문의 신문값을 지나치게 인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머독 소유인 더 타임스가 파격적인 저가 (低價) 공세로 다른 영국신문을 위협하자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치였다.

당시 머독은 신문가격을 5년째 35펜스 (약 6백원) 로 묶어놓고 있었다.

심지어 월요판과 토요판은 10펜스 (2백원) 로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에 팔았다.

이처럼 머독의 경영전략은 덤핑공세로 경쟁사를 도산케 해 시장을 독점한 뒤 이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이런 판국이니 머독이 관심을 보이는 축구시장의 기존업계는 공포에 떨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이탈리아 최대 유료채널인 텔레피우나 유럽 각국의 축구중계.영화.심야포르노 등으로 유럽 유료채널의 최강자로 군림 중인 프랑스의 카날플뤼는 머독의 '독점' 이 가져올 폐해를 경고하며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머독도 원군이 있다.

이탈리아의 우파 야당인 자유연합은 시장경쟁 원칙을 내걸며 정부법안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구단들도 중계권료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머독의 진출을 일단 반기는 입장이다.

이탈리아 축구광들도 머독을 환영하고 있다.

머독이 중계권을 가진 유럽축구경기를 인터넷을 통해 공짜로 중계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머독 소유의 폭스텔레비전은 지난달 25일부터 인터넷 검색엔진인 야후를 통해 미국 미식축구경기를 무료로 인터넷 생중계하고 있다.

야후광고를 무료로 해준다는 조건으로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머독은 유럽축구 시장도 무료 인터넷 중계를 선물로 내걸고 접근해 들어가고 있다.

불도저같은 머독의 공세를 기존시장이 어떻게 방어해 나갈지 흥미롭다.

◇ 머독 누구인가…

호주에서 언론인의 아들로 태어난 루퍼트 머독은 옥스퍼드 대학을 나와 영국의 타블로이드 일간지 데일리 익스프레스 기자로 미디어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호주에서 지방일간지를 경영하면서 돈을 모아 60년대 영국의 타블로이드 대중지 '더 선' 을 인수했다.

그는 3면에 항상 여자나체사진을 싣고 자극적인 제목, 쿠폰제공 등 온갖 수단을 동원, 결국 이 신문을 영국 최고인 매일 4백만부 이상 팔리는 매체로 키웠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의 폭스TV, 영국의 위성채널 비스카이비, 홍콩의 스타TV 등을 창설하거나 인수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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